징글벨 멈춘 연말景氣… 10년불황 비상벨 소리
박민우기자 , 유재동기자
입력 2014-12-17 03:00 수정 2014-12-17 03:00
시장-백화점-마트 세밑 특수 실종
고령화-투자부진에 저성장 늪 빠져… 2018년까지 초유의 장기불황 우려
“처음엔 ‘올해는 겨울이 따뜻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지. 근데 날이 이렇게 추워졌는데도 손님이 없잖아.”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시장에서 10년 넘게 내복 장사를 해온 김모 씨(48). 그는 몇 년째 이어져온 불황이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는 듯 심드렁하게 말했다. 시장 골목 한편에서 목도리와 스카프를 파는 정모 씨(50) 역시 “때 이른 한파라는데 손님들 마음은 더 빨리 얼어붙은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크리스마스트리 등 장식용품을 파는 인근 대도상가에서도 연말 분위기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이곳 3층에는 70여 개 점포가 빼곡히 들어차 있지만 지나다니는 손님은 열 손가락에 셀 정도였다. 상인 이모 씨(38)는 “트리 같은 성탄용품은 생활필수품이 아니라서 경기를 많이 탄다”며 “지난해 이맘때보다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성탄절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재래시장이나 상가, 유흥가 등 ‘소비의 현장’은 유난히 차분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다. 백화점과 할인마트는 저마다 대규모 세일행사에 나서 보지만 침체된 내수경기를 살리는 데 역부족이고, 직장인들도 거창한 송년회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16일 민관 경제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대 중반에 그치고 내년에도 3%대 성장에 머무를 것이 확실시된다. 2011년부터 5년 연속 4% 미만의 저성장이 이어지는 셈이다. 이런 장기 침체는 광복 이후 한국 경제사(史)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앞으로도 최소 3, 4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인구 고령화와 투자 부진 등을 감안했을 때 3%대 중반인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앞으로도 계속 낮아지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국 수출의 버팀목이었던 중국 경제의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2017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머지않아 노동력 부족에도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들어 한국이 ‘10년 장기불황’의 수렁에 이미 빠져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와 가계소득 둔화 등의 국내적 요인이 선진국 침체, 신흥국의 금융 불안 등 대외요인과 만나 빚어진 현상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저성장 기조가 2017, 201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박민우 기자
고령화-투자부진에 저성장 늪 빠져… 2018년까지 초유의 장기불황 우려
“처음엔 ‘올해는 겨울이 따뜻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지. 근데 날이 이렇게 추워졌는데도 손님이 없잖아.”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시장에서 10년 넘게 내복 장사를 해온 김모 씨(48). 그는 몇 년째 이어져온 불황이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는 듯 심드렁하게 말했다. 시장 골목 한편에서 목도리와 스카프를 파는 정모 씨(50) 역시 “때 이른 한파라는데 손님들 마음은 더 빨리 얼어붙은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크리스마스트리 등 장식용품을 파는 인근 대도상가에서도 연말 분위기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이곳 3층에는 70여 개 점포가 빼곡히 들어차 있지만 지나다니는 손님은 열 손가락에 셀 정도였다. 상인 이모 씨(38)는 “트리 같은 성탄용품은 생활필수품이 아니라서 경기를 많이 탄다”며 “지난해 이맘때보다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성탄절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재래시장이나 상가, 유흥가 등 ‘소비의 현장’은 유난히 차분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다. 백화점과 할인마트는 저마다 대규모 세일행사에 나서 보지만 침체된 내수경기를 살리는 데 역부족이고, 직장인들도 거창한 송년회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16일 민관 경제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대 중반에 그치고 내년에도 3%대 성장에 머무를 것이 확실시된다. 2011년부터 5년 연속 4% 미만의 저성장이 이어지는 셈이다. 이런 장기 침체는 광복 이후 한국 경제사(史)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앞으로도 최소 3, 4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인구 고령화와 투자 부진 등을 감안했을 때 3%대 중반인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앞으로도 계속 낮아지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국 수출의 버팀목이었던 중국 경제의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2017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머지않아 노동력 부족에도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들어 한국이 ‘10년 장기불황’의 수렁에 이미 빠져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와 가계소득 둔화 등의 국내적 요인이 선진국 침체, 신흥국의 금융 불안 등 대외요인과 만나 빚어진 현상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저성장 기조가 2017, 201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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