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갤노트3가 10만원… 이통 보조금 ‘5·23대란’

동아일보

입력 2014-05-26 03:00 수정 2014-05-26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임우선 기자
‘갤럭시노트3를 단돈 10만 원에 샀네요. 너무 기분이 좋아요. 오예∼!’

‘온다, 온다 하더니 결국 왔네요. 너무 금방 끝나서 아쉽지만요. 정부가 바로 통신사 담당자들 불러들여 제지했다네요.’

이달 23일 이동통신업계에 또 한 번 보조금 태풍이 불었다. 이른바 ‘5·23 대란’이다. 이날 보조금 태풍은 단 몇 시간 만에 끝이 났지만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한동안 ‘5·23 대란’이 상위권에 랭크됐다. 주요 휴대전화 관련 사이트와 블로그 등에는 휴대전화 구매에 성공한 이들의 구매기가 올라와 대란에 동참하지 못한 이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날 보조금은 90만 원대에 육박했다. 출고가가 106만7000원인 갤럭시노트3는 10만 원대에 살 수 있었다. G2는 공짜, 갤럭시S5도 1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기자가 불과 하루 전인 22일 매장에서 상담을 받았을 때만 해도 최소 30만∼50만 원은 줘야 살 수 있었던 휴대전화들이 순식간에 거의 ‘공짜 폰’이 된 것이다. 이날 이동통신사들은 방송통신위원회 단속을 피하기 위해 ‘페이백’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백은 정상적인 가격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추후 가입자 통장으로 보조금에 해당하는 현금을 송금해 주는 업계 용어다.

불법 보조금을 근절하겠다며 정부가 45일씩이나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을 정지시켰는데도 불과 3일 만에 다시 ‘대란 소동’이 일어나자 소비자들은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70만 원 가까운 돈을 내고 최신 휴대전화를 산 정모 씨는 “이제 옛날 같은 보조금 살포는 없다는 말만 믿고 전화기를 바꿨는데 한 달도 안 돼 공짜 폰이 등장하니 바보가 된 느낌”이라며 “일반인들에게 아무 득도 없는 영업정지 처벌을 내리느니 차라리 모두가 보조금을 받게 보조금 규제를 없애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실제 이용자에게 이득이 되는’ 정부의 정책을 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방통위의 이동통신사 규제안은 과징금 부과나 영업정지 처벌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 이동통신사 임원은 “영업 재개 후 이동통신 3사 실무 담당자들이 모두 방통위에 불려가 매일 상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열 조짐이 보이면 바로 제재하겠다는 의지인 건 이해하지만 세계 어디서도 보기 힘든 후진적인 광경임엔 틀림없다.

이동통신 기업을 대하는 방통위의 모습을 보면 마치 초등학생을 불러 혼내는 선생님 모습이 떠오른다. 초경쟁 시장에서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이동통신 기업들을 과연 그런 식으로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용자에게도 득이 되고 시장 효과도 확실한 정책은 언제쯤 기대할 수 있을까.

임우선·산업부 imsu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