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금리 14% 넘어서자… 중고차 ‘거래 절벽’

수원=김재형 기자 , 부천=한재희 기자

입력 2023-02-01 03:00 수정 2023-02-01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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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부천 매매단지 가보니
경기침체에 손님들 발길 끊어져
딜러들 “판매량 예년 10%” 아우성
현대차, 중고차 사업 하반기로


설 연휴 전날인 지난달 20일 오후 경기 수원시의 SK브이원모터스 전시장에는 주인을 찾지 못한 중고차가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딜러들은 “고금리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원=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0일 오후 경기 수원의 중고차 매매단지 SK브이원모터스 내부는 드나드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적했다. 이곳은 지하 4개 층을 포함해 총 10개 층에 8500여 대의 중고차를 전시할 수 있는 전국 최대 중고차 단지 중 하나다. 95명의 매매사업자와 1500여 명의 딜러(중개사업자)가 활동한다. “중고차는 수원의 특산물”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중고차 매매의 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단지 내에 머문 2시간여 동안 전시장을 둘러보는 손님이라곤 대여섯 명에 불과했다. 현장에서 만난 딜러들은 지난해 하반기(7∼12월) 중고차 할부대출 금리가 10%를 넘어가면서 거래 물량이 급감했다고 했다. SK브이원모터스 대표자협의회에 따르면 월간 중고차 판매량이 지난해 8월 6937대에서 12월로 4921대로 29.1%나 줄었다.

같은 날 방문한 경기 부천의 국민차매매단지도 을씨년스러운 모습은 매한가지였다. 한 중고차 딜러는 나가려는 손님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처음 부른 매매가보다 100만 원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다른 딜러는 “월평균 20건의 거래를 진행했는데 지금은 2건을 하기도 어렵다”라고 했다. 자동차 할부대출 금리가 10%를 넘어가는 ‘고금리 시대’에 침체기의 갈림길에 들어선 중고차 시장의 현황을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


31일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의 월별 실거래 대수는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판매량 14만9915대는 전년 동월의 16만4940대보다 1만5025대(9.1%)가 적다. 중고차 할부 금리가 지난해 3월 8.05%(현대캐피탈, NICE 신용등급 801∼900점, 60개월 기준)에서 12월 14.8%로 급등한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현장에선 드문드문 차를 찾는 구매자들마저 월 상환액이 지난해 초 대비 수십만 원 높아졌다는 사실에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한다. 한 딜러는 “할부 금리가 얼마인지 손님들이 물으면 조바심이 날 정도”라며 “부동산 등 다른 대출 금리도 함께 높아진 상태에서 중고차 단골 손님들조차 발길을 끊고 있다”고 전했다.

딜러들은 딜러대로 아우성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을 불러일으킨 ‘레고랜드 사태’를 전후로 한파(寒波)에 가까운 거래 절벽이 이어졌다. 딜러들이 중고차를 매입할 때 캐피털사로부터 받는 대출(재고금융) 금리가 2배 가까이 뛰고, 3∼5개월 정도의 재고 대출기간 연장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박공원 SK브이원모터스 대표자협의회장은 “지난해 초 3.9%대였던 재고금융 금리는 현재 11% 가까이 올랐다”고 전했다.

연초 인증 중고차 시범 사업에 들어갈 것이라던 현대자동차가 본격 개시 시점을 하반기로 미룬 것도 이런 시장 악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서두르던 현대차 또한 굳이 상반기(1∼6월)에 사업 개시를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차 가격을 결정하는 중고차 시장(시세)의 침체는 최근 몇 년간 지속되어온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이 끝난다는 전조 증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수원=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부천=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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