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5대 뉴욕 메트 미술관 “약탈품 반환할것”

뉴욕=김현수 특파원

입력 2024-04-26 03:00 수정 2024-04-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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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라인 관장 간담회서 밝혀
“뉴욕에 있지만 세계인의 미술관
150만점 소장 이력 샅샅이 추적”
최근 이라크 고대 청동상 돌려줘



“우리 미술관이 소장한 약 150만 점의 예술품 가운데 불법 취득된 작품이 없는지 샅샅이 찾아보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약탈 문화재 반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세계적인 박물관 중 하나인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메트)도 불법 소장품 반환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막스 홀라인 메트 최고경영자(CEO·사진)는 24일(현지 시간) 외신기자단 간담회에서 “취득 과정에 문제가 있는 작품을 ‘고향’으로 반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마다 방문객 약 600만 명이 찾는 메트는 미 최대 사립 미술관이자 세계 5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홀라인 관장은 “메트는 뉴욕에 있지만 미국만의 미술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세계인의 미술관”이라며 “세계 각지에서 온 작품이 밀수나 약탈 등과 같은 불법적 취득에 관여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홀라인 관장은 지난해 ‘문화재 이니셔티브’를 출범한 뒤 메트의 소장품 출처 감사팀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최근 기원전 2900∼기원전 2600년 작품으로 추정되는 고대 수메르 남성 청동상을 이라크에 반환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메트 측은 “1955년부터 약 70년 동안 소장했던 유물”이라며 “출처 조사를 통해 이라크 문화재임을 확인해 주미 이라크대사관에 연락해 반환 절차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메트의 이런 노력은 최근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약탈 문화재 반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2010년 한국과 이집트, 그리스 등 약탈 피해를 입었던 20여 개국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공동 대응을 공표한 ‘카이로 선언’ 이후 서구 박물관들은 더 큰 반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1870년 설립된 메트는 유럽과 달리 식민지 유물 약탈 논란에선 다소 벗어나 있지만, 밀매조직 등과 연관된 작품을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22년 맨해튼 검찰은 메트 소장품 가운데 장물로 입증된 45점을 압수해 이집트와 튀르키예(터키) 등으로 반환하기도 했다.

홀라인 관장은 “‘세계의 미술관’으로서 각국 정부와 협력해 투명하게 취득한 ‘세계의 작품’을 관람객에게 선보일 것”이라며 “한국의 유명 작가 이불에게 건물 정면에 놓일 작품을 의뢰해둬 기대가 크다”고도 덧붙였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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