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꾸어 놓은 레스토랑 풍경… “거리는 두지만 마음은 가깝게”

동아경제

입력 2020-08-11 17:42:00 수정 2020-08-14 12: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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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인의 생활 양식을 서서히 바꾸어 놓고 있다. 언택트(비대면), 손 소독, 마스크 착용 등 이른바 생활 방역은 이제 자신은 물론 서로를 위해 필연적으로 지켜야 하는 지침이 됐다. 특히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거리두기’가 늘 화두로 떠오른다. 사람들 간에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역인데, 이런 일상의 변화는 급기야 산업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상대로 하는 외식업계는 이런 시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최근 데일리메일, 워싱턴포스트 등 다수의 외신 매체들은 엄격했던 봉쇄 조치가 다소 완화되면서 “각국의 외식업체들이 안전을 도모하는 창의적인 방법으로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달라진 일상에 발맞춰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려는 외식업체들의 ‘고군분투’인데, 그 참신하고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들여다보자.

1. 플렉스이트(Plex’eat)

출처_ 상단 왼쪽 globaltimes 캡처 | 유튜브 Ruptly 영상 화면 캡처


투명한 원통형 플라스틱이 천장에 매달려 각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레스토랑 느낌이 물씬 난다. 조명등의 갓 같기도 하고 방패 같기도 한 이것은 뭘까. 플렉스이트(Plex’eat)라 불리는 가벼운 아크릴 수지로 만든 칸막이 제품.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H.A.N.D.에서 시제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되자 레스토랑 주인은 안전을 염두에 두고 영업을 재개할 방안을 모색했고, 디자이너 크리스토프 게르니곤(Christophe Gernigon)에게 제작을 요청했다. 플렉스이트는 식사 중 마스크를 사용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만들어낸 보호 기구. 먹고 마시는 동안 상대방과 거리를 유지할 수 있고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

출처_ https://www.christophegernigon.com

손님이 앉을 때 줄을 당기면 아크릴 원통이 내려가는 방식이고, 뒷부분이 열려 있어 손님들이 쉽게 원통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또 매듭을 풀어서 원통을 씻고 다시 쉽게 설치할 수 있다. 현재 미국과 일본을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 관심을 보이며 선주문을 받은 상태.

디자이너 게르니곤은 방콕의 한 상점을 방문했을 때 눈여겨보았던 의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음악을 들으며 쉴 수 있는, 상단이 지붕 형태로 제작된 개별 의자에 의료인들이 사용하는 커다란 얼굴 보호막을 결합해 상상력을 발휘했다고.

2. ‘세레스 세파레’(Serres Séparées) 온실 캡슐 레스토랑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채식 전문 레스토랑 미디어매틱(Mediamatic)은 작지만 낭만적인 공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출처_ mediamatic 홈페이지 캡처

작은 온실 캡슐 모양의 레스토랑인데, 프랑스어로 ‘분리된 온실(separate greenhouses)’을 의미하는 ‘세레스 세파레’(Serres Séparées)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야외에 놓인 유리로 제작된 온실 레스토랑은 각 캡슐 안에 테이블을 놓고 외부와 거리를 둔 채 음식을 제공한다. 한 캡슐에 2인에서 4인까지 수용할 수 있다. 통유리를 통해 바깥 경치와 암스테르담의 아름다운 운하를 감상할 수 있는데, 소중한 사람들과 친밀감을 나누면서 낭만과 운치를 즐기기에 그야말로 제격이다.

위생을 고려해 종업원들은 보호복을 입고 특수 제작한 페이스 실드(얼굴 보호막)를 쓴 채 음식을 나른다. 라텍스로 만든 장갑을 착용하고 종업원과 손님이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음식을 긴 나무판 위에 올려 전달한다. 온실 레스토랑은 4개 코스 요리를 제공하며, 2인 손님 기준 가격은 90유로(한화 약 12만 6000원), 손님 한 명이 추가되면 45유로가 추가된다. 전원 예약제로 운영하는 온실 레스토랑은 기상 악화로 취소해야 할 경우 전액 환불해 준다.

출처_ mediamatic 홈페이지 캡처

예약이 조기에 매진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는데, 직접 온실 레스토랑에서 식사한 고객은 ‘마음이 편해지고 멋지며 음식이 맛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레스토랑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에 발맞춰 서비스와 서빙, 청소 등의 방법을 다시 배우고 있다. 손님들은 확실하게 대접을 받았다고 느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람이 붐비는 식당이 꺼려지는 요즘, 오붓한 외식의 낭만과 안전을 함께 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방안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3. 풀 누들 햇(Pool Noodles Hat)

출처_ Katy Lee 트위터

코로나19 초기부터 공개적으로 적극 대응에 나선 독일은 한국과 함께 코로나19 대응 우수 국가로 꼽힌다. 독일이 규제를 완화하면서 한 카페가 유머러스한 아이템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슈베린(Schwerin) 지역의 노천카페 로테(Café Rothe)는 임시 휴업을 마치고 재개장하면서 1.5미터 간격으로 테이블을 배치했다. 그리고 더욱 확실하게 거리를 유지하도록 특별한 모자를 준비했다. 풀 누들 햇(Pool Noodles Hat). 이 모자는 통풍이 잘되는 밀짚모자 위에 수영장에서 사용하는 긴 튜브 모양을 본뜬 스티로폼 막대기 두 개를 연결한 것인데, 긴 막대기 형태로 인해 사람 사이의 간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카페 주인 재클린 로테(Jaqueline Rothe) 씨는 재개장을 기념하면서, 긴 스티로폼이 달린 모자를 고객들에게 나눠 주었고 집 밖에서 모처럼 여유를 즐기는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페이스북 등 SNS에 게재했다.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효과적인 이 방안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됐고, 사람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인 동시에 재미있다”며 크게 호응했다.

출처_ Jacqueline Rothe / Cafe Rothe Schwerin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풀 누들 모자 착용은 재개장 현장을 촬영하던 현지 TV사 RTL이 낸 아이디어를 주인 로테 씨가 실행에 옮긴 것. 로테 씨는 “고객들은 재미있어하면서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고객 간 거리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고,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여러 사람을 웃게 만든다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취미로 올린 사진들이 이렇게 큰 반응을 불러올지 몰랐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전하기도.

카페는 원래 식당 내부에 36개, 외부에 20개의 테이블을 두고 운영했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내부에 12개, 외부에 8개 테이블만을 배치했다. 보통 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축소 운영하는 것이다. 로테 씨는 “독일이 사람들 간 거리 두기를 소홀히 한다면 감염 급증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메르켈 총리의 당부를 언급하면서, 엄격한 규제는 해제됐지만 여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4. 범퍼 테이블(Bumper Tables)

출처_ Cookist Wow 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
상단 오른쪽 Revolution Event Design & Production 제공

미국 메릴랜드 주의 오션시티에 있는 피시 테일즈 레스토랑(Fish Tales Bar & Grill)은 범퍼 테이블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보는 순간 유쾌한 웃음이 나오면서 휴가지에 온 듯한 착각까지 든다. 덕분에 전염병 엄습에 대한 긴장감도 다소 누그러지는 느낌. 하지만 엄연히 거리두기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제작한 제품이라고 한다.

최근 레스토랑 주인은 고객들에게 자연스럽게 거리두기가 가능하면서 기억에 남을 식사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는 생각에 범퍼 튜브를 떠올렸다. 부피가 꽤 큰 튜브 모양의 테이블 한가운데에는 손님이 한 명씩 들어간다. 튜브 아랫부분에는 메탈로 제작한 지지대가 있고 바퀴가 달려 있어 손님들은 음식을 즐기면서 식당 주차장과 바 구역에서 걸으며 서로 어울릴 수 있다. 가장자리는 고무 튜브로 둘러싸여 서로 부딪혀도 다칠 염려가 없다고.

레스토랑 주인 도나 하만(Donna Harman) 씨는 “바퀴가 있어 끌고 다닐 수 있는 테이블은 서로 1.8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게 돼 있다. 보시다시피 자연스럽게 거리두기가 가능하다. 코로나19 시대에 사람들이 안전을 유지하면서 불안감을 잠시라도 날려버릴 수 있는 창의적이고 재치 있는 방안을 찾으려고 고심했다”고 전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주인 하만 씨는 다른 지역의 레스토랑과 카페, 스포츠 센터에서도 범퍼 테이블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5. 가림막(plastic barricades)과 캐릭터 용(dragon)

출처_ Penguin Eat Shabu 홈페이지

태국 방콕의 일본식 레스토랑 펭귄 잇 샤부(Penguin Eat Shabu)는 테이블에 지그재그 형태로 플라스틱 보호막(plastic barricades)을 설치했다. 태국은 5월 초 규제를 일부 완화했지만, 식당과 카페에는 엄격한 지침이 내려진 상태다. 재개장을 하면서 한 테이블에 두 사람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테이블마다 임시 가림막을 설치한 것.

해당 레스토랑 체인점은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2월 1호점의 문을 닫았고, 줄어드는 손님으로 운영의 어려움을 겪어 3월에는 직원 해고와 임금 삭감을 강행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5월 PVC 파이프와 플라스틱 시트로 가림막을 제공하면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라 재영업에 나섰다.

또 다른 태국의 한 음식점에는 용이 등장했다.

출처_ barbqplazathai 홈페이지와 트위터
럭셔리 쇼핑몰 아이콘 시암(Icon Siam) 안에 위치한 바비큐 플라자(Bar-B-Q Plaza)는 테이블에 X자를 표시하고, 그 좌석에 골판지로 만든 용을 앉혀 놓았다.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의 녹색 드래곤(용)은 다름 아닌 레스토랑의 마스코트. 친근한 이미지의 캐릭터로 레스토랑에 들어오면 마치 놀이공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레스토랑 측은 전염병의 불안감을 필연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요즘, 긴장감에서 잠시라도 해방되는 기분을 느끼며 식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신효정 동아닷컴 기자 hj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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