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체감경기,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

허동준 기자 , 김호경 기자

입력 2020-03-31 03:00:00 수정 2020-03-3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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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한경연-中企중앙회, 경기전망 조사

서울 노원구에서 초등학생 대상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달 말부터 학원 문을 닫았다. 정부가 휴원 권고를 강력히 하기 전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에 ‘걱정된다’는 학부모가 늘면서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2개월째 수입은 없는데 월 임차료만 300만 원 넘게 내야 한다. A 씨는 “지난해 말 학원을 개원해서 이제 막 자리를 잡을 때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계속 학원을 운영할 수 있을지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A씨 같은 소상공인뿐 아니라 대기업도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과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 전망을 물었더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어려워질 것이란 답변이 우세했다.

한경연에서 매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하는 한 담당자는 “이번 600대 기업 조사에서 구조조정을 시사한 기업이 많았다”며 “그간 주요 대기업과 그 계열사들은 ‘호조’, ‘보통’, ‘부진’으로 구성된 답변에서 대개 보통 이상의 답을 내지만 이번에는 ‘부진’이라고 답한 기업이 많았다”고 말했다.


○ 주요 기업들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


한경연이 발표한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BSI 조사에 따르면 4월 전망치는 59.3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52.0) 이후 135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3월 실적치 역시 65.5로 2009년 2월 이후 13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이번 BSI 조사는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 중이던 18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됐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100 미만일 경우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3월 실적은 2월 대비 3월의 실제 성과, 4월 전망은 3월 대비 4월의 전망을 의미한다. 조사에 참여한 한 기업은 “국가 간 이동이 막히면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조업 차질로 공급 충격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44.2)의 4월 전망치가 가장 낮았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 자체가 하향 곡선을 그리던 중에 글로벌 완성차 공장이 줄줄이 셧다운 중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B사 관계자는 “최근 한 달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순이익이 170%나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고연봉으로 ‘꿈의 직장’이라 불리던 대형 정유사(65.6)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기준 주요 정유사의 평균 가동률은 82.6%까지 떨어졌지만,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서 저장 탱크가 재고로 넘칠 지경이라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하락이 멈추지 않으면서 이제 주요 정유 4사의 1분기(1∼3월) 전체 영업손실이 2조 원도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 체감경기도 최악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날 발표한 다음 달 ‘중소기업경기전망지수(SBHI)’는 60.6으로 이달 전망지수(78.5)보다 17.9 하락했다. 2014년 2월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섬유제품 제조업의 다음 달 전망지수는 46.8로 제조업 중 가장 낮았다. 중국 원자재 의존도가 워낙 높아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제때 생산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내수와 수출 판로마저 끊기면서 섬유제조업 전체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중소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이달 2월 기준 69.6%로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9월) 이후 가장 낮았다.

서비스업에서는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숙박 및 음식점의 다음 달 전망지수가 21.6으로 가장 낮았고, 정부가 휴원 권고를 내린 교육서비스업(29.5)이 그 뒤를 이었다.

허동준 hungry@donga.com·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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