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금리, 하한에 가까워졌다”… 쓸수있는 카드 총동원 태세

이건혁 기자 , 김동혁 기자

입력 2020-05-29 03:00:00 수정 2020-05-29 08: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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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경제 위기]22년만에 마이너스 성장 위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0.50%로 낮춘 배경과 성장률 전망치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1%대는 쉽지 않지만 플러스 성장은 할 것.”(이주열 한국은행 총재·4월 9일)

“비관적 시나리오에선 마이너스(―) 폭이 비교적 크게 나타날 것.”(5월 28일)

한은이 불과 한 달여 만에 ‘역성장’의 암울한 전망을 꺼내든 것은 그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국 경제가 받은 충격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한은은 경기가 단기간 내 강하게 반등하는 ‘V자 회복’에 대해서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시장에선 한은이 앞으로 금리뿐만 아니라 국채 매입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기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 외환위기 후 처음으로 역성장 직면


한은은 2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을 2.1%로 내놨으나 석 달 만에 2.3%포인트 낮춘 ―0.2%로 수정했다. 그나마도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분기(4∼6월) 이후 진정세를 보이고 국내에서도 대규모 재확산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건 오일쇼크가 발생한 1980년(―1.6%)과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5.1%) 두 차례뿐이다.


한은은 코로나19가 빠르게 진정되면 최대 0.5% 성장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전 세계 확진자가 3분기(7∼9월)까지 계속 늘어나면 ―1.8%까지도 각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장률 하방 압력이 더 크다는 뜻이다.

한은은 민간소비가 올해 1.4% 감소하고, 상품 수출(―2.1%)과 수입(―0.2%)도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내수 타격으로 취업자 수 증가폭이 연간 3만 명에 그칠 것으로 봤다. 물가 상승률도 연간 0.3%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일찌감치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2%,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가 각각 ―1.5%와 ―1.2%를 제시했다. 다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0.2% 성장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수적인 한은이 시장의 전망을 수용해 성장률을 대폭 낮춤으로써 그만큼 현 상황이 심각하다는 위기감이 시장에 확실히 전달됐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해도 내년에는 잠재성장률(2.0%)보다 높은 3.1%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본격적인 회복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올해 역성장 때문에 나타나는 숫자이지, 빠른 속도의 회복세나 V자 모양의 회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 쓸 수 있는 카드 다 쓴다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춘 것도 현재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에서 0.25%포인트 낮추며 사상 최저인 0.50%로 하향 조정했다. 회의에서 제척된 조윤제 금통위원을 제외한 위원 6명 전원이 금리 인하에 찬성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상당히 가까워졌다”고 했다. 실효하한은 금리를 낮춰도 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실질적 금리 하한선으로,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는 만큼 다 낮췄다는 의미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이 3월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포인트 낮춘 ‘빅 컷’을 단행한 만큼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여기에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 비우량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을 매입할 특수목적법인(SPV) 가동 등 유동성 공급 조치를 취해 왔다. 그럼에도 기준금리를 낮춤으로써 한은이 위기에 선제 대응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앞으로 한은이 유동성 공급을 더욱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총재는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금리 외 정책으로도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모든 수단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추가 금리 인하는 어렵지만 국고채 단순 매입 확대 등이 유력한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은 시중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공급해 시장을 살리려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내수가 늘면 수출이 줄어도 경기 방어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관련 정책도 계속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건혁 gun@donga.com·김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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