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 위에 건물주’는 옛말

동아일보

입력 2019-11-21 03:00:00 수정 2019-11-21 03:00: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재무설계사가 전하는 은퇴자금 운용 팁
오피스텔 월세 가격 떨어지고…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증가세
‘수익형 부동산’ 투자가치 하락…노후자금 안전자산으로 옮겨야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부동산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건 40년 이상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투자의 방향이었다. 저금리 시대를 넘어 초저금리 시대의 길목에 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떨까. 기대 이하의 은행 예·적금 수익률, ‘박스피’(박스권+코스피·주가가 일정 구간에서만 오르내림)라고 불리는 답답한 주식시장,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사건 등으로 이슈가 된 파생상품과 사모펀드의 위험성을 감안하면 ‘그래도 부동산만 한 게 없지’라는 생각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동안 많은 투자자들은 수익형 부동산을 보유해왔고 지금도 긍정적으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의 저변에는 수익형 부동산이 안락한 노후생활을 보장해줄 거라는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수익형 부동산이 은퇴 후의 길고 긴 노후생활을 믿고 맡길만 한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먼저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으로 꼽히는 상가와 오피스텔의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하다. 한국감정원의 올해 3분기(7∼9월) 오피스텔 가격조사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월세 가격은 전 분기 대비 0.29% 떨어졌다. 하락폭은 수도권(―0.23%)보다 지방(―0.54%)에서 더 크다.


상업용 부동산의 상황 역시 긍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 3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조사 동향을 보면 임대료와 투자수익률이 하락했으며 소규모 상가의 경우 공실률이 올라가고 있다. 임대료 수익이 떨어지는 것보다 더욱 치명적으로 여겨지는 게 공실률 증가다. 올해 3분기 전국 평균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 11.5%, 소규모 상가 5.9%로 집계됐다.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5.5%를 기록한 2분기(4∼6월)에 비해 증가했다.

이 같은 결과가 지역적인 특성과 산업 생산성 둔화, 소비심리 위측 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소액 투자자의 주된 투자 대상이 되는 소규모 상가의 임대료 하락과 공실률 증가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아울러 앞으로도 개선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 데다, 상가 수요도 줄어드는 와중에 수익형 부동산의 공급은 점점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감소뿐 아니라 온라인 거래 활성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사용빈도 증가 등에 따른 상거래 방식 변화로 인해 상가 수요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최근 상업지역 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돼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과 임대차 보호법 개정으로 임차인 보호가 강화돼 상가 투자에 대한 전망은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

지난 20∼30년 동안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월 임대소득을 바탕으로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책임질 것으로 여겨졌던 수익형 부동산이 그 역할을 저버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예상하지 못한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으므로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월 임대소득이 지속적으로 창출돼야 하는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임대소득 하락에 따른 이익 감소 위험과 부동산 특성상 제때 현금화하지 못하는 유동성 위험 가능성이 동시에 있기 때문이다.

수익형 부동산의 미래가 그리 밝지 못하다면 유동성과 안정성 등에 무게를 둔 안전자산으로의 전환을 고려할 시점이다. 임대소득이 줄어들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단절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둔 채 이러한 위험에 대비한 재무설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주식 또는 채권에 대한 직접투자가 부담이라면 국내외 펀드 투자, 확정금리형 종신보험, 최저보증이율을 제공하는 변액보험 상품 등을 소득 보장 차원에서 고려할 만하다.

‘위험 없이는 수익도 없다’지만 길고 긴 노후생활을 위한 투자에 너무 많은 리스크를 안고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30년을 책임질 은퇴자금을 위한 투자라면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포지션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안전자산으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백영주 한화생명 재무설계전문가(FA)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