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오너 2세들 ‘젊은 경영’

박창규기자

입력 2015-03-16 03:00 수정 2015-03-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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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광동제약-동국제약 등… 공격적 행보로 매출신장 이끌어
일부는 리베이트 발목잡혀 고전


녹십자 임직원들은 최근 잇따르는 낭보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연초부터 시작된 국제기구의 각종 백신 입찰 경쟁에서 연달아 대규모 물량을 수주하는 성과를 낸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는 1월 수두 백신 7500만 달러어치(약 848억 원)를 공급할 업체로 녹십자를 선정한 데 이어 이달 초에도 녹십자로부터 2900만 달러(약 327억 원)어치의 독감 백신을 공급받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녹십자의 백신 수출액 6000만 달러(약 678억 원)를 훌쩍 넘어서는 개가였다.

제약업계가 최근 불법 리베이트, 신약 개발의 어려움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도 몇몇 업체는 두드러지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는 제약업계 창업주 2세들의 활약이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녹십자의 경우 허은철 사장이 회사 경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고 허영섭 선대회장의 차남인 허 사장은 1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허 사장의 공격 경영은 실적에서 드러난다. 녹십자 매출이 지난해 9753억 원으로 ‘1조 원 고지’에 근접한 것. 허 사장은 “과거의 성취와 업적에 자만하지 않고 녹십자의 진정한 저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며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최성원 부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광동제약도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창업주인 고 최수부 회장의 1남 4녀 중 막내인 최 부회장은 최 회장이 2013년 7월 별세한 뒤 현재까지 회사를 이끌어 오고 있다. 이달 초에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최 부회장은 광동제약의 활동영역을 다각화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데 집중해 왔다. 과거 농심이 보유했던 생수 ‘삼다수’ 유통사업권을 2012년 확보한 데 이어 ‘비타500’ 등 건강기능식품의 판매량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액이 5222억 원으로, 2013년(4684억 원)보다 11.5% 늘어났다. 지난달에는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체인 코리아이플랫폼을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권기범 동국제약 부회장도 성과를 내고 있는 창업주 2세 중 한 명이다. 권 부회장은 2010년 사장에서 승진한 뒤 일반의약품 영역을 확대해 왔다. 동국제약의 일반의약품 매출 비중은 약 40%로 업계 평균(약 20%)의 갑절에 이른다. 동국제약 측은 “다른 업체들이 제네릭(복제약) 판매 과정에서 불법 리베이트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일반의약품 비중이 높다 보니 크게 흔들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웅제약은 지난해 9월 윤영환 명예회장의 3남 윤재승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올랐지만 세무조사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7% 감소했다.

고 윤광렬 전 회장의 장남인 윤도준 회장이 2008년부터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동화약품도 지난해 50억 원 상당의 의약품 리베이트를 의사들에게 제공한 혐의로 기소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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