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급전 창구’ 카드대출 45조 역대최고… 채무조정 11만명 돌파

강우석 기자

입력 2024-09-30 03:00 수정 2024-09-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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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대출 줄이자 카드로 이동
업계 “풍선효과 당분간 지속될 것”
빚 못갚아 연체-채무조정 증가세
“저신용자 불법사금융 피해 우려”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꼽히는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카드대출 잔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고물가 장기화로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데다 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금융소비자들의 발길이 카드대출에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빚을 갚지 못하고 결국 채무조정에 나서는 서민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 카드대출 잔액 사상 최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비씨, 롯데, 우리, 하나 등 전업 카드사 8곳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대출 잔액은 총 44조6650억 원이었다. 금감원이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약 21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이 중 장기 카드대출인 카드론의 비중이 약 86.8%(38조7880억 원)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을 비롯해 농·수·신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대출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카드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대비 12조8000억 원 감소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새마을금고가 예전만큼 중저신용자 대출에 나서지 않으면서 수요가 카드사의 장단기 대출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억제 정책이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라 이 같은 풍선 효과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연체율 치솟고 채무조정도 증가

문제는 이 같은 소액의 급전을 빌리고도 갚지 못해 연체에 빠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8월 말 기준 카드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은 3.1%로 2022년 말(2.2%), 지난해 말(2.4%)에 이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저기서 급전을 당기며 ‘돌려막기’를 하다가 결국 연체를 반복해 빚 갚기를 포기하고 채무조정을 선택하는 이들도 급증하는 모양새다. 생활고 등으로 빚을 갚기 어려워진 대출자들이 상환 기간 연장, 이자율 조정, 채무 감면 등의 채무조정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채무조정을 신청한 서민은 11만5721명으로 작년 한 해(16만7370명)의 약 70%에 달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지난해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20∼2022년 채무조정 확정자는 11만∼12만 명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16만 명 선까지 급증했다. 고금리, 고물가 국면에 빚 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한계 상황에 몰린 취약계층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1, 2금융권에서 더 이상 대출을 받지 못하는 서민들이 생활비를 확보하기 위해 불법 사금융 시장에까지 문을 두드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올해 들어 5월까지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신고 건수는 6232건으로 작년 한 해(5687건) 규모를 일찌감치 뛰어넘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처럼 제도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시기에는 불법 사금융의 문을 두드리는 서민들의 피해가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정책 자금을 활용해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서민들을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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