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살 것 같아요” 말했다면 묵시적 갱신 해당 안 돼 [부동산 빨간펜]

김호경 기자

입력 2024-09-26 17:00 수정 2024-09-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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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계약 종료 전 2~6개월
조건 변경 논의 없으면 묵시적 갱신
계약갱신 요구권 사용 안 한 것
세입자 2년 안채워도 계약해지 가능
나가기 3개월전 해지 의사 통지해야


ⓒ뉴시스
김호경 기자
가을 이사철을 맞아 지금 살고 있는 전세나 월세의 재계약 시기가 도래한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2020년 7월 계약갱신 요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2법’이 도입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헷갈리는 요건들이 많습니다. 특히 최근 부동산 빨간펜에는 법에서 정한 ‘묵시적 계약 갱신’에 대해 궁금해하는 독자 질문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이번 주 부동산 빨간펜은 이를 포함해 주택 임대차 계약 갱신 관련 독자 질문을 모아봤습니다.


Q. 전세 계약 만기 3개월을 앞두고 집주인이 계약 갱신 의사를 물어 “아마 더 살 것 같다”고 애매모호하게 답했습니다. 이 경우엔 묵시적 갱신이 인정되지 않는 걸까요. 또 얼마 뒤 집주인이 집을 처분하려고 부동산에 내놓았다고 했습니다. 출산을 앞두고 1년이라도 더 거주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먼저 묵시적 갱신 개념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묵시적 갱신은 집주인이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이나, 계약 조건을 변경하려는 의사를 세입자에게 통지하지 않는 경우, 기존 계약과 같은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간주하는 겁니다. 만약 집주인이나 세입자 중 어느 한 쪽이라도 계약 갱신이나 조건 변경에 대한 의사를 전달했다면 묵시적 갱신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전세 계약 만기를 3개월 앞두고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계속 거주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만큼, 묵시적 갱신이라고 보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금이라도 집주인에게 갱신을 원한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게 좋습니다. 전화나 문자, e메일 등 정해진 방식은 없지만 향후 분쟁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객관적인 자료를 남기는 게 좋습니다.

만약 집주인과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계약갱신 요구권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집주인 본인이나 직계 가족이 실거주하거나, 세입자가 임대료를 2개월 치 이상 밀린 경우, 임차인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 등이 아니면 집주인은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묵시적 갱신이란

정의
-임대인과 임차인이 계약 종료 2~6개월 전까지 상대방에게 갱신 거절, 계약 조건 변경 관련 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 이전 계약과 같은 조건으로 갱신한 것으로 간주
묵시적 갱신 불가 사유
-임차인이 2개월 치 임차료를 연체한 경우
-임차인의 의무 현저히 위반한 경우
갱신에 따른 계약 기간
2년
계약 중도 해지 가능 여부
-임차인은 언제든지 가능
-다만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 통보 3개월 이후 효력 발생
자료: 주택임대차보호법


Q. 전세 계약이 끝날 때까지 집주인이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아, 기존 계약이 묵시적 갱신 상태가 됐습니다. 그런데 1년만 더 살고 다른 곳으로 이사해야 하는데, 중도 해지를 해도 불이익이 없을까요?

“주택 임대차 계약 기간은 2년이 기본입니다. 이에 따라 묵시적 갱신이 됐다면 2년 더 거주할 수 있습니다. 묵시적 갱신 계약의 경우 세입자는 2년을 다 채우지 않고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 의사를 통지한 뒤 3개월이 지나야 그 효력이 생깁니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을 마련할 시간을 보장해주기 위한 취지입니다.

즉 이사를 나가려는 희망일로부터 3개월 전에만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 의사를 전달하면 불이익 없이 나갈 수 있습니다. 또 묵시적 갱신 계약을 중간에 해지하더라도 세입자가 집주인의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대신 내주지 않아도 됩니다.”


Q. 전세 계약 만기 보름 전까지 집주인이 아무 연락이 없어서 묵시적 갱신이 됐다고 여기고 전세대출도 연장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갑자기 ‘계약갱신 요구권을 사용했다’는 걸 계약서 특약사항에 기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계약 갱신 거절이나 계약 조건 변경은 계약 종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통지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지났다면 효력이 없습니다. 계약갱신 요구권을 사용했다는 특약사항을 넣어줄 의무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Q. 올해 연말이면 전셋집 계약이 종료됩니다. 집주인이 집을 팔겠다며 집을 비워달라고 통보해 계약갱신 요구권을 사용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집주인은 본인 실거주를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한 ‘허위 실거주’로 의심되는데,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요?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했다면 본인이나 직계 가족이 반드시 그 집에 2년간 거주해야 합니다. 2년은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하지 않았을 때 세입자가 거주했을 기간입니다. 이 기간을 채우기 전 다른 세입자를 들이면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됩니다.

또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자신이 실제 거주하려고 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명시적인 규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지난해 12월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 거절했다면 실제 거주 여부를 증명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집주인의 허위 실거주가 의심된다면, 세입자는 해당 세대의 전입세대원이나 확정일자를 열람해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 실제 거주하는 것처럼 속이기 위해 전입신고만 하고 공실로 비워두는 ‘꼼수’를 부릴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한 뒤 공실로 둔다면 ‘허위 갱신 거절’이 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위반에 따른 일반 불법 행위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단 다른 사람에게 세를 놓은 건 아니라 법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없습니다.

또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며 세입자를 내보낸 뒤 집을 처분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손해배상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법원 판단을 받아야 합니다. 집주인이 실제 거주하다가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주택을 팔게 됐다면 법적 책임을 묻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실제 거주할 계획이 없으면서 집을 팔기 위해 실거주하겠다고 세입자를 속여 내보낸 것이라면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는 게 최근 판결 흐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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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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