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는 고통에 허우적대지 않고 축제처럼 살았던 사람”
이지훈 기자
입력 2022-02-16 11:26 수정 2022-02-16 11:40
뮤지컬 ‘프리다’ 최정원 인터뷰
7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카페에서 만난 그는 다음달 개막하는 뮤지컬 ‘프리다’에서 프리다 역을 연기한다. 프리다의 죽기 전 마지막 순간을 ‘더 라스트 나이트 쇼’로 꾸민 창작 뮤지컬로 그가 지나온 인생을 관객에게 들려주는 형식이다.
“작품에선 프리다를 강렬한 에너지와 기쁨을 가진 유쾌한 사람으로 해석해요. 근데 실제로 프리다가 쓴 일기에도 ‘웃기 위해 산다’ ‘고민과 고통은 어리석은 것’이라 써있거든요. 대본이 너무 좋았어요.”
“어릴 때 산동네에 살았거든요. 남들은 불쌍하게 생각했을 수 있지만 집이 높은 데에 있기 때문에 달리기도 잘하고 다리도 튼튼해진거라 생각했어요. 뛰다 넘어졌을 때도 속으로 ‘나 좋은 일 생기려나’ 했다니까요. 왜 나쁜 일 다음에는 좋은 일이 온다고 하잖아요.”
33년 전 그의 첫 무대는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대사라곤 ‘가자, 아들레이드!’ 한 줄 뿐인 ‘아가씨6’이었지만 커튼콜만 되면 눈물 콧물을 쏟아내며 우는 그에겐 팬클럽이 생길 정도였다.
“작은 배역이어도 무대에선 스스로 주인공이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가 좋아서 한 공연인데 사람들이 박수까지 쳐주는 거예요. ‘주인공도 아닌 애가 열심이네’하며 팬들도 신기해하며 좋아해주셨죠.”
출산 후 1년 말고는 한 해도 작품을 쉬지 않았던 그가 잠시 무대에 서지 못한 적이 있다. 재작년 초 코로나19의 여파로 ‘도나 역’을 맡은 뮤지컬 ‘맘마미아!’가 취소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는데…. 제 모든 걸 다 뺏긴 느낌이 들었어요. 개런티는 안 받더라도 공연은 하겠다고 떼를 썼어요. 누가 죽은 것도 아닌데 폭포처럼 눈물이 나더라고요.”
프리다의 생애엔 연인이자 동지인 멕시코 민중벽화의 거장 디에고 리베라가 빠질 수 없다. 유산한 그녀를 두고 여동생과 바람을 피운 디에고였지만 프리다는 죽기 직전까지도 그림과 일기에 그를 기록했다. 처음엔 프리다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았다던 그는 이후 자연스럽게 무대를 떠올렸다.
“만약 누군가 제 손발을 묶고 공연을 못하게 한다고 상상해봤어요. 그럼 전 프리다처럼 천장에 걸린 거울을 보며 울었다 웃었다 하며 연기를 하지 않았을까요. 하하. 프리다에게 디에고가, 제겐 무대였더라고요.”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최정원은 포스터 제작 당시, 제작진이 포토샵으로 다듬은 사진을 건네자 “주름도 살리고 점도 빼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눈
밑이나 팔자에 난 주름들이 제가 살아온 인생이 담겨 있어서 너무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여섯 살에 소아마비에 걸려 한쪽 다리를 절게 되고 열여덟 살에 당한 사고로 평생 33번의 수술을 받아야 했던 사람.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의 인생은 고난과 고통으로 가득했을 것 같다. 하지만 배우 최정원(53·사진)은 “‘웃음이야 말로 최고의 가치’라 말했던 프리다는 고통에 허우적대지 않고 인생을 축제처럼 살았던 사람”이라고 했다.7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카페에서 만난 그는 다음달 개막하는 뮤지컬 ‘프리다’에서 프리다 역을 연기한다. 프리다의 죽기 전 마지막 순간을 ‘더 라스트 나이트 쇼’로 꾸민 창작 뮤지컬로 그가 지나온 인생을 관객에게 들려주는 형식이다.
“작품에선 프리다를 강렬한 에너지와 기쁨을 가진 유쾌한 사람으로 해석해요. 근데 실제로 프리다가 쓴 일기에도 ‘웃기 위해 산다’ ‘고민과 고통은 어리석은 것’이라 써있거든요. 대본이 너무 좋았어요.”
뮤지컬 ‘프리다’에서 프리다를 연기하는 최정원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자존감”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남긴 작품의 3분의 1이 자화상일 정도로 자신을 사랑했던 프리다. 포스터 속 얼굴의 주름까지도 ‘살아온 인생이 담겼으니 아름다운 것’이라 웃는 최정원. 꽤 닮은 두 사람이다. “어릴 때 산동네에 살았거든요. 남들은 불쌍하게 생각했을 수 있지만 집이 높은 데에 있기 때문에 달리기도 잘하고 다리도 튼튼해진거라 생각했어요. 뛰다 넘어졌을 때도 속으로 ‘나 좋은 일 생기려나’ 했다니까요. 왜 나쁜 일 다음에는 좋은 일이 온다고 하잖아요.”
33년 전 그의 첫 무대는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대사라곤 ‘가자, 아들레이드!’ 한 줄 뿐인 ‘아가씨6’이었지만 커튼콜만 되면 눈물 콧물을 쏟아내며 우는 그에겐 팬클럽이 생길 정도였다.
“작은 배역이어도 무대에선 스스로 주인공이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가 좋아서 한 공연인데 사람들이 박수까지 쳐주는 거예요. ‘주인공도 아닌 애가 열심이네’하며 팬들도 신기해하며 좋아해주셨죠.”
출산 후 1년 말고는 한 해도 작품을 쉬지 않았던 그가 잠시 무대에 서지 못한 적이 있다. 재작년 초 코로나19의 여파로 ‘도나 역’을 맡은 뮤지컬 ‘맘마미아!’가 취소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는데…. 제 모든 걸 다 뺏긴 느낌이 들었어요. 개런티는 안 받더라도 공연은 하겠다고 떼를 썼어요. 누가 죽은 것도 아닌데 폭포처럼 눈물이 나더라고요.”
프리다의 생애엔 연인이자 동지인 멕시코 민중벽화의 거장 디에고 리베라가 빠질 수 없다. 유산한 그녀를 두고 여동생과 바람을 피운 디에고였지만 프리다는 죽기 직전까지도 그림과 일기에 그를 기록했다. 처음엔 프리다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았다던 그는 이후 자연스럽게 무대를 떠올렸다.
“만약 누군가 제 손발을 묶고 공연을 못하게 한다고 상상해봤어요. 그럼 전 프리다처럼 천장에 걸린 거울을 보며 울었다 웃었다 하며 연기를 하지 않았을까요. 하하. 프리다에게 디에고가, 제겐 무대였더라고요.”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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