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태극마크도” 그린 강타 20세 김주형의 푸른 꿈[김종석의 TNT타임]

김종석 기자

입력 2022-01-29 11:20 수정 2022-01-2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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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시안 투어 상금왕 석권
스무살 새해 ‘레벨업’ 정조준
2월 500만 달러 특급 무대 올라
디오픈 등 메이저 돌풍 다짐
9월 아시아경기 출전 야망


한국과 아시안투어 상금왕을 휩쓴 김주형은 스무살이 된 새해 들어 더 높은 곳을 향해 정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자신의 강점인 견고한 아이언 샷을 구사하고 있는 김주형. KPGA 제공

스무 살을 약관이라고 한다. 갓을 쓰는 나이. 어른 대접 받을 때가 됐다는 것이다. 2002년 태어나 올해 만 20세가 된 김주형(20·CJ대한통운)은 이미 필드의 거물이 된 듯 하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대상, 상금왕 등 4관왕을 차지한 데 이어 지난주 막을 내린 아시안투어에서 상금왕(50만7553달러·약 6억 원)에 등극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투어 상금 1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강욱순(1996, 1998년)과 노승열(2010년)에 이어 12년 만이다. 노승열(19세 5개월 25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연소(19세 7개월 3일) 기록도 세웠다.
● 100위 밖 세계 랭킹이 어느새 79위
김주형은 2021 KPGA 코리안투어 시상식에서 트로피 4개를 수집하며 4관왕에 올랐다. KPGA 제공

김주형은 “상금왕이라고 하는 것은 그 투어에서 한 시즌 동안 최선을 다했다는 결과인 것 같다. KPGA와 아시안 투어 상금왕 수상은 그래서 더욱 만족스럽다”며 “항상 주변에서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목표를 차근차근 이뤄나가면서 성취감을 즐긴다”는 그의 시선은 한국과 아시아 무대를 뛰어넘어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연초 설계한 자신의 2022시즌 주요 목표는 세계 랭킹 100위 이내 유지, 우승 1개 하기, 미국 진출(콘 페리 투어·2부 투어). 새해 들어 이미 고속주행모드에 들어간 모습이다. 아시안투어 싱가포르오픈에서 우승한 데 이어 다음 대회인 싱가포르 인터내셔널을 공동 2위로 마치며 세계 랭킹을 79위까지 끌어올렸다. 2주 전만해도 그의 세계 랭킹은 132위였다.

김주형은 2월 3일 개막하는 아시안투어 사우디 인터내셔널에 출전한다. 이 대회는 더스틴 존슨, 브라이슨 디섐보, 잰더 쇼플리, 필 미켈슨 등 특급스타들도 나선다. 총상금만해도 500만 달러(약 60억2000만 원). 아시안투어는 공식 홈페이지에 이 대회를 소개하며 김주형을 사진과 함께 비중 있게 다뤘다. 아시아의 대표 주자로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
● “골프 고향 세인트앤드루스 갈 생각에 설레어”
아시안투어 상금왕에 오르며 2022시즌 메이저대회인 디오픈 출전권을 확보한 김주형. 아시안투어 제공

새해 벽두부터 우승 트로피를 조기 수집한 그는 메이저 대회에 2개 이상 출전하겠다는 새 각오도 공개했다. 아시안투어 상금왕에 오르며 7월 골프의 성지인 스코틀랜드의 유서 깊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리는 제150회 디오픈(브리티시오픈) 출전권까지 받았다. 지난해에도 디오픈 출전권을 확보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문제로 출전을 포기해야 했다.

김주형은 “일단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설렌다”며 “작년에 디오픈에 참가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지만 이렇게 다시 한번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올해는 꼭 참가해 차분하게 나만의 경기를 잘 풀어나가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메이저 대회는 참가할 수 있는 카테고리들이 제한돼 있어 PGA투어 초청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라며 “올해 더 정진하여 다른 메이저 대회에도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17세 때 앳된 표정의 김주형. 당시 그는 프로에 데뷔해 무서운 10대 골퍼로 필드에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동아일보DB

● “오차 범위가 미세한 견고한 스윙”
김주형 스윙의 장점은 샷의 일관성이 꼽힌다. 키 180cm, 몸무게 100kg의 건장한 체격을 바탕으로 뒤틀림이 많지 않은 스윙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 클럽 계약사인 타이틀리스트 선수지원팀 임지웅 담당 피터는 “스윙 분석기 결과를 보면 스윙 궤도나 스피드 등의 오차 범위가 굉장히 작은 견고한 스윙을 지녔다”며 “지난해 아이언을 신형 T100으로 바꾼 후 아이언의 방향성과 그린을 공략하는 정확도가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코리안투어에서 김주형은 평균타수 1위(69.16타)에 올랐다. 그린적중률은 73.9%로 2위.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294야드)와 페어웨이 안착률(71.21%)은 모두 12위에 오를 만큼 ‘멀리 똑바로’ 치는 스타일이라는 평가다. 평균 퍼트수는 1.78개로 17위. 평균 버디수(4.16개) 1위였다. 티박스부터 그린까지 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안정된 기량을 앞세워 코리안투어 14개 대회에서 SK텔레콤오픈 우승을 포함해 8차례나 5위 이내에 진입하는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 아시아경기 첫 프로 출전 허용
2020년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자신의 우상 타이거 우즈를 처음 만난 김주형. 김주형 인스타그램

올해 9월 중국 항저우에서는 아시아경기가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프로 선수도 처음으로 골프 종목 출전이 가능해졌다. 아시아경기 골프는 직전 대회인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아경기까지 아마추어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었다.

대한골프협회는 최근 총회를 통해 아시아경기 남자 대표 4명을 프로 2명, 아마추어 2명으로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프로 선수는 세계 랭킹을 통해 출전 자격을 부여할 전망. 이로써 아시아경기 국가대표 선발을 향한 경쟁이 치열하게 됐다. 이번주 세계 랭킹에서 한국 선수 가운데는 임성재가 24위로 가장 높고, 김시우가 57위, 이경훈이 58위다.

아시아경기 골프는 개인전과 단체전을 치른다. 금메달을 따면 병역 면제 혜택도 받는다.

PGA투어에서 뛰는 강성훈, 이경훈은 과거 아시아 경기 금메달을 통해 해외 무대에 집중할 수 있었다.
● “태극마크는 오랜 꿈”
2021시즌 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오픈 우승 후 환호하고 있는 김주형. KPGA 제공

김주형은 태극마크에 대한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해외 여러 곳에 살면서 다른 선수들이 국기를 달고 경기를 뛰는 것들을 보고만 지냈습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된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설레는 일일 것 같아요.”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골프 교습을 하는 아버지와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따라 중국, 호주, 필리핀, 태국 등을 돌아다니며 거주했다. 어려서부터 외국 생활을 오래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을 떠올리는 일도 잦았다고 한다.

김주형은 “아시아경기 전까지 남아있는 대회에서 최선을 다해 기회가 된다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써 태극기를 달고 좋은 경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김주형은 2018년 6월 프로 데뷔를 했다. 만 16세 때 일이다. 하루라도 빨리 프로의 꿈을 이루고 싶었던 그에게 스무 살의 의미를 물었다. ”20세가 됐다고 엄청 달라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웃음). 다만 나이가 들고 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책임감이 커져간다는 걸 하루하루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20살이 되었으니 조금 더 침착하고 인격적으로 성숙한 골퍼가 돼야죠.“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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