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나무로 만나는 신성한 생명의 탄생
전승훈 기자
입력 2022-01-19 03:00 수정 2022-01-19 03:29
정영환 작 ‘Mindscape’. 무우수갤러리 제공
석가모니의 생애는 숲 및 나무와 매우 밀접하다. 태어날 때는 무우수(無憂樹), 깨달음을 얻을 때는 보리수(菩提樹), 열반에 들 때는 사라수(沙羅樹) 나무가 사방에 있었다고 한다. 부처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탄생, 정각, 열반의 순간에 함께한 성스러운 나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무우수갤러리의 이연숙 대표는 “무우수는 근심이 없고, 어리석음이 없는 깨달음의 나무”라고 설명했다. 숲과 나무를 좋아하는 이 대표는 21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무우수갤러리 개관 1주년 기념으로 우리 산하의 숲과 나무를 표현한 작품을 선보이는 ‘무우수 특별전’을 연다.
“우리 선조들은 오래전부터 땅이나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산이나 언덕을 당산이라고 하는데 이는 가장 원시적인 신앙의 한 형태로 산 전체가 신성시되었죠. 당산에 있는 신수는 당나무, 당산나무, 서낭나무, 당산목, 성황목 등으로 불렸습니다. 대개 돌무더기에 둘러싸여 있는 당산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이고, 조상신이며, 사람들이 신과 만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대표는 “당산나무의 근원은 단군신화의 신단수에서 찾을 수 있으며, 이것이 후에 솟대 장승 등으로 분화 발전되었다고 전해진다”며 “이러한 나무를 학술적인 명칭으로는 ‘우주목’ 또는 ‘세계수’라고 한다”고 말했다.
강동현 작 ‘공존의 숲’. 무우수갤러리 제공
‘무우수 특별전’에는 정영환, Koni(이고은), 강동현 작가의 회화와 조각작품이 전시된다. Koni(이고은) 작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겹쳐지는 나무의 견고하고 거친 결의 질감을 표현한다. 금속 공예가인 강 작가는 나뭇가지나 그물망처럼 만든 금속 조형으로 변화하는 숲의 모습을 표현해 장엄한 생명감을 자아낸다. 정 작가는 푸른색을 사용해 초현실적인 숲 풍경을 그린다. 희망과 슬픔이 교차하고, 낯설면서도 신비롭고 서늘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정 작가는 “파란색은 어떤 색과 조우하느냐에 따라 속성을 달리하는 변화무쌍한 색”이라며 “푸른 숲 그림을 통해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휴식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갤러리 외에도 무우수아카데미, 덕주출판사도 운영하고 있다. 무우수아카데미에서는 장천 김성태 작가(한국캘리그라피협회장)의 캘리그래피 수업, 전통재료기법(문활람), 전통불화(이철승), 불상조각(이재윤), 고려불화(현승조), 전통자수(윤정숙), 고전전각(김내혜) 수업 등이 진행된다.
“마야부인이 무우수를 잡고 석가를 출산했다고 합니다. 석가의 탄생 순간과 무우수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죠. 신성한 생명이 이 나무를 통해 전해졌다는 의미에서 무우수는 아쇼카(Ashoka) 나무라고도 불립니다. 새해에는 숲과 나무처럼 생명이 충만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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