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로 웃음꽃 핀 꽃집

이지윤 기자

입력 2021-11-15 03:00:00 수정 2021-11-15 03: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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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등 행사-모임 꽃예약 늘어, “3일 밤 꼬박 새워도… 힘이 절로 나”
화훼공판장은 사람들로 북새통… 9월 거래량 코로나前보다 늘어
“확진자 급증땐 다시 수요 위축 우려”…


최근 꽃을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화훼농가와 꽃집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화훼공판장은 폐장을 1시간 남짓 앞두고도 꽃을 사러 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주황색 라눙쿨루스 좀 보여주세요.”(꽃집 사장)

“좀 일찍 오시지. 다 팔리고 한 송이도 안 남았어요.”(화훼 도매상)

서울 마포구에서 꽃집을 하는 김모 사장(35)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훼공판장을 찾았다. 신문지에 싸인 꽃 6단을 양 어깨 가득 짊어지고 있었지만 ‘빼빼로데이’ 꽃 주문을 소화하려면 부족하다며 다른 도매상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김 씨는 “지난해 빼빼로데이 때만 해도 주문 꽃다발을 만드는 데 하루면 충분했지만 올해는 3일 밤을 꼬박 새우고도 부족하다”며 “몸은 힘들지만 2년 만에 일감이 넘치니 힘이 절로 난다”고 했다.

○ 꽃시장, 2년 만에 ‘웃음꽃’

이날 화훼공판장은 폐장 시간인 낮 1시가 가까워졌는데도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통로는 줄지어 걸어야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가게 사장들은 손님 두세 명이 한꺼번에 물어오는 꽃 가격을 답하기 바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신모 씨(32·여)는 전날 밤 공판장 ‘오픈런’을 했지만 원하는 꽃을 구하지 못할까 봐 사방으로 뛰어다녀야 했다. 조금만 늦어도 수입 장미 등 손님들이 많이 찾는 품종은 금세 동나기 때문이다.

최근 ‘위드 코로나’로 사회적 분위기가 완화되면서 그간 울상이던 꽃집이 다시 북적이기 시작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9월 이후 양재동 화훼공판장 내 절화(꺾은 꽃) 거래량은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9월 거래량은 전년 동월보다 24% 늘어난 130만 속으로 2019년 같은 달 거래량(129만 속)을 넘어섰다.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증가한 77만 속에 이르렀다.

이는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며 각종 행사와 모임이 늘어난 것과 관련된다. 신 씨는 “9월부터 결혼식, 집들이, 생일파티 등 각종 모임용 꽃을 예약하는 고객이 2년 새 가장 많다”며 “매장 문을 닫은 날이 두 달 넘도록 없다”고 말했다. 14일 기준 코로나19 백신접종 완료자는 10명 중 8명 이상을 차지했고, 9월 말에는 이미 전체 국민 절반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 반짝 소비 회복에 안심하긴 일러
최근 2년 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로 화훼산업은 ‘어두운 터널’에 갇혀 있었다. 지난해 꽃 거래량은 절화(꺾은 꽃) 기준 1732만 속(약 1억7000만 송이)으로 전년 거래량(1885만 속)보다 8%가량 감소했다. 업계에서 ‘특수 시즌’이라고 불리는 졸업식, 입학식, 각종 기념일에도 매출 하락세는 여전했다. 지난해 2월엔 졸업식과 입학식 등이 대거 취소되면서 2019년 2월보다 거래량이 20% 급감했다. 올해 초 사정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꽃 수요가 늘자 꽃집 주인들은 모처럼 호경기를 맞았다며 반색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안정되고 수요가 계속 늘면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불안감은 여전하다. 채소, 육류 등 일반 농산품과 달리 꽃은 생존에 필수적인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소비 둔화가 미치는 영향이 특히 크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기환 선임 연구위원은 “국가 경제와 외부 유동인구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꽃 소비 특성상 코로나19가 지금처럼 악화하면 수요가 다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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