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고생의 강 건너야 성공… 금수저도 바닥부터 시작해야” [최영해의 THE 이노베이터]

최영해 기자

입력 2021-09-01 03:00:00 수정 2021-09-01 05: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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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관 유통업체 강림CSP 임수복 회장

임수복 강림CSP 회장은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7년 전 폐암 선고를 받았지만 꿋꿋이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나 자신을 내려놓고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해야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부산에 본사를 둔 강관 유통업체 강림CSP의 임수복 회장(74)은 베트남전 참전용사다. 1969년 1월 베트남전에 자원입대해 냐짱(나트랑) 102후송병원에서 위생병으로 1년 4개월 동안 복무했다. 조선소와 화학회사에 필요한 강관 파이프를 조달하는 임 회장은 사업이 한창 때인 2004년 폐암 선고를 받았다. 고엽제 후유증이었다. 5년 안에 죽을 것으로 예상하고 주변을 정리했다. 자식들에게 부동산과 자산 등 갈라줄 몫을 나누고, 불우한 청소년들을 돕겠다는 생각에 70억 원으로 장학재단과 문화재단을 만들었다. 역경을 이겨낸 모진 풍파세월을 기록한 자서전도 투병 중에 써놓았다. 그는 유기농 채소를 이용한 식이요법으로 폐암 진단 후 17년을 기적적으로 버텨냈다. 어느덧 70대 중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임 회장을 최근 서울 용산에 있는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밀양실업고 상학과를 졸업한 임 회장은 철강업에 투신하면서 자재를 쌓아놓을 변변한 하치장 하나 없이 맨손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부산 강서구에 동양 최대인 3만3000m²(약 1만 평)의 스틸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고교 졸업 후 천일철강에서 9년 남짓 근무하다가 29세 때 독립해 1976년 강림파이프상사를 설립했다.

“1980, 90년대는 무척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늘 자금이 간당간당해 새벽 5시에 은행 지점장 집을 무작정 찾아가 무릎을 꿇고 ‘도와 달라’고 하소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저의 성실성을 믿고 도와준 분들이 있어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습니다.”

임 회장은 사업을 시작하면서 세운 3가지 원칙이 있다.

“잘난 체하지 않고 무조건 도와 달라고 했습니다. 낮은 자세로 배우겠다고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사업가가 먼저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많이 듣고 배우고 모르는 게 있으면 묻겠다는 자세로 일했습니다. 일을 시켜만 달라고 했지요.”

인맥도, 지연도, 학연도 없는 임 회장에겐 몸으로 때우겠다는 헌신적인 자세가 경영철학이자 소신이었다.

선박 건조에 필요한 강관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방문한 임 회장은 당시 국내에선 생소한 JIT(Just-in-time·적기 공급 생산) 시스템을 처음 도입해 사업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 재고를 쌓아둘 필요가 없어 비용을 30∼40% 절감할 수 있도록 한 덕분에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를 시작으로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대기업에서 앞다퉈 임 회장 회사의 물량을 납품받았다. 2012년엔 수출 2억 달러 탑과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사업이 번창할 때인 2004년 일본 도쿄여자의대 부속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다가 폐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종양 제거 수술 후 유기농 채소를 이용한 혈액 관리 등 대체의학 요법으로 병마를 꿋꿋이 이겨냈다.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된 임 회장은 고향인 경남 밀양에 오가닉 농장을 설립해 들깨에서 식물성 오메가3를 뽑아내 꾸준히 복용했다. 부산대와 함께 유기농 생들깨에서 식물성 오메가3를 추출하는 방법을 개발해 국내 특허도 받았다. 생들깨로 만든 기능성 화장품도 생산하고 있다.

임 회장은 요즘 불굴의 기업가정신을 청년들에게 불어넣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주최하는 중견기업 2세 프로그램에서 공장을 찾는 이들에게 따끔한 쓴소리를 한다.

“사람이 성공하려면 큰 강을 건너야 합니다. 판검사든, 장차관이든, 과학자든, 사업가든 그 누구도 앞에 놓인 큰 강을 건너지 않고선 성공할 수 없습니다. 험한 강을 건너다가 부상자도 속출하고, 불구자가 되기도 하고, 눈앞에선 죽어 떠내려가는 사람도 나옵니다. 금수저인 여러분은 강 건너에서 태어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도강(渡江)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들은 70% 이상 망하게 돼 있습니다. 의지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잘 만나 처음부터 이사, 상무 달면서 골프 치고 할 게 아니라 바닥부터 시작하십시오. 봉사도 하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기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임 회장은 “한평생 살아보니 서울대 졸업생보다 농고 출신이 비즈니스를 훨씬 더 잘하더라”면서 “항상 고개 숙이고 도와 달라, 가르쳐 달라고 해야 한다. 굳건한 의지를 갖고 나서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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