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집값-물가 3高에 금리 처방… “내년 1.25%까지 올릴수도”
박희창 기자 , 김형민 기자 , 임현석 기자
입력 2021-08-27 03:00 수정 2021-08-27 05:04
[막 내린 초저금리 시대]
기준금리 0.5 → 0.75% 인상 배경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에도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치솟는 가계빚과 집값, 물가 등을 그대로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증가세와 주택가격 오름세를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내년에 기준금리가 1.25%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취약계층과 중소기업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개월 전과 같이 4.0%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수출과 소비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경기 회복세를 이어가 금리를 올릴 기초체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델타 변이 확산이 한국 경제의 기조적인 회복세를 저해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중앙은행의 역할인 물가 관리에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4개월 연속 2%를 웃돌았다. 5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대로 잡았던 한은은 “농축산물 가격과 국제 유가의 오름세가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1%로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다 초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과 자산가격 거품 등 금융 불균형도 한은의 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진 원인으로 꼽힌다. 가계부채는 6월 말 사상 최대인 1805조9000억 원으로 급증했고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역시 사상 처음으로 11억 원을 넘어섰다. 이 총재는 앞서 수차례 금융 불균형의 위험을 경고하며 “금리 인상이 늦으면 늦을수록 더 많은 대가를 치른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미국의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과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세 및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이 커진 것과도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은 코로나19 상황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변화 등을 봐야 한다면서도 “서둘러도 안 되지만 지체해서도 안 되겠다”고 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연내에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려 1%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0.25%포인트만으로는 금리 인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집단 면역이 완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11월쯤 한 번 더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11월과 내년 하반기에 0.25%포인트씩 추가 금리 인상을 통해 내년 말 금리를 1.25%까지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가 오르면 취약계층과 일부 중소기업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한은에 따르면 과거 금리 상승기(2016년 4분기∼2019년 1분기)에 3개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린 저소득(소득 하위 30%)·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차주의 연체율은 6.4%에서 8.4%로 상승했다. 자영업자들의 경우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는 5조2000억 원(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추정된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고 금융당국이 대출을 조이는데 정부는 국민 88%에게 추석 전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내년에는 604조 원이 넘는 ‘슈퍼 예산’을 짜고 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엇박자를 내지 않도록 정책 조합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은이 정부와 청와대의 기조에 발맞춰 ‘집값 잡기’ 구원투수로 나선 것을 두고도 우려가 제기됐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은 자산시장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걸 삼가 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파이터로 등장했다”며 “자칫 시장에 왜곡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기준금리 0.5 → 0.75% 인상 배경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가계부채 급증과 집값 급등 등 금융시장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0.50%에서 0.75%로 인상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에도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치솟는 가계빚과 집값, 물가 등을 그대로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증가세와 주택가격 오름세를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내년에 기준금리가 1.25%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취약계층과 중소기업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집값 파이터로 나선 한은”
중앙은행의 역할인 물가 관리에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4개월 연속 2%를 웃돌았다. 5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대로 잡았던 한은은 “농축산물 가격과 국제 유가의 오름세가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1%로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다 초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과 자산가격 거품 등 금융 불균형도 한은의 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진 원인으로 꼽힌다. 가계부채는 6월 말 사상 최대인 1805조9000억 원으로 급증했고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역시 사상 처음으로 11억 원을 넘어섰다. 이 총재는 앞서 수차례 금융 불균형의 위험을 경고하며 “금리 인상이 늦으면 늦을수록 더 많은 대가를 치른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미국의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과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세 및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이 커진 것과도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은 코로나19 상황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변화 등을 봐야 한다면서도 “서둘러도 안 되지만 지체해서도 안 되겠다”고 했다.
○ “과거 금리 상승기에 취약 차주 연체율 상승”
금리가 오르면 취약계층과 일부 중소기업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한은에 따르면 과거 금리 상승기(2016년 4분기∼2019년 1분기)에 3개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린 저소득(소득 하위 30%)·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차주의 연체율은 6.4%에서 8.4%로 상승했다. 자영업자들의 경우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는 5조2000억 원(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추정된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고 금융당국이 대출을 조이는데 정부는 국민 88%에게 추석 전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내년에는 604조 원이 넘는 ‘슈퍼 예산’을 짜고 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엇박자를 내지 않도록 정책 조합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은이 정부와 청와대의 기조에 발맞춰 ‘집값 잡기’ 구원투수로 나선 것을 두고도 우려가 제기됐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은 자산시장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걸 삼가 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파이터로 등장했다”며 “자칫 시장에 왜곡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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