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AI 로봇, 시간당 택배 물품 1000개 분류 ‘척척’

변종국 기자

입력 2021-07-28 15:24 수정 2021-07-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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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 있는 국제특송 물류 전문업체 DHL코리아 강북 서비스센터. 근로자 한 명이 택배 분류를 위해 컨베이어벨트에 소포와 서류 꾸러미 등을 올려놨다. 2m 가량 길이의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한 택배를 분류한 건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 팔 모양을 닮은 2m 높이의 ‘로봇 팔’이 물건을 받아 지역별로 구분된 바구니에 넣었다. 국내 물류업계 처음으로 도입된 인공지능(AI) 기반 ‘DHL 소화물 분류 로봇(이하 DHL 로봇)’이었다.

센서가 택배 바코드에 적힌 운송 정보를 읽어 DHL 로봇에 전달하면, DHL 로봇은 배송지 별로 택배 물품을 분류한다. 10초에 약 3~4개 분류가 가능하다. 1시간당 1000개 이상 분류가 되는 셈이다.

이날 오후 센터로 들어온 물량을 모두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약 30분 정도. (DHL 로봇 작업이 끝나자 운송 기사들은 로봇이 분류해 놓은 바구니 쪽으로 모였다. 자신이 담당하는 지역의 물건을 받아 곧바로 배송에 나섰다. 센터에 입고된 택배가 분류를 거쳐 배송지로 출발하는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편지환 DHL코리아 엔지니어는 “여러 명이 모여서 집중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로봇이 혼자 한다. 1개월간 시험 운영을 해 보니 분류에 들어가는 인원이 약 70% 정도 줄고 작업 시간도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로봇 도입 전에는 운송 기사들이 깨알같이 쓰인 택배 주소를 일일이 읽어 분류를 했다. 자연스럽게 피로를 호소하는 직원이 많았다. 박동엽 DHL 강북서비스센터 차장은 “DHL 로봇 도입으로 반복적인 육체노동이 줄었다. 분류 업무에 익숙해 지려면 6개월 이상이 걸리는데 로봇 도입으로 업무 효율성과 분류 정확도가 동시에 높아졌다”고 말했다. 분류 작업 시간이 1시간 단축되다 보니 고객들은 물건을 더 일찍 받아 볼 수 있게 됐다

DHL은 세계에서 미국, 싱가포르에 이어 한국에 세 번째로 DHL 로봇을 도입했다. 한병구 DHL코리아 대표는 “물류 업체는 앞으로 정보기술(IT) 기업이 돼야 한다. 디지털 전환에 실패하면 경쟁력을 잃는다고 보고 로봇 도입을 서둘렀다”며 “IT 인력도 계속 충원하고 있다. 물류 처리 효율성이 상당히 높아졌졌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활성화로 물류 시장이 커지면서 물류 기업들은 로봇을 활용한 첨단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차업체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세계 물류 로봇 시장은 2020년 64억 달러(7조2000억 원)에서 2024년까지 연 평균 31%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 창고 및 저장 시설에서 물품을 운송하는 로봇 뿐 아니라 포장 및 조립 로봇, 자동 분류 로봇 등 다양한 공정에 로봇이 활용된다. 국내에서는 CJ대한통운이 각기 다른 규격의 박스들을 작업자가 손으로 정리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들어올려 옮기는 물류 로봇을 상용화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로봇 물류시스템 센터 구축을 미래 신사업으로 보고 다양한 물류 로봇을 개발 중이다.

업체들은 로봇 도입으로 인건비 절감 및 물류 효율화를 기대하고 있다. 물류 로봇 도입으로 분류 작업에 들어가는 인력이 기존 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배송 부문에서도 인건비 절감이 기대된다. 미국 아마존은 2019년부터 물류 자동화 로봇 ‘키바’를 도입해 24시간 운영에 나서면서 물류 처리 속도를 15분 이상 단축했고 인건비 절감 효과도 봤다.

한 대표는 “인천에 짓는 물류센터에서 사업비 절반을 IT에 투자한다. IT 기술이 발전해야 빠르고 정확한 배송은 물론 고객들이 원하는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결국 IT 투자에서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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