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은 ‘유로’ 쿠팡은 ‘코파’… OTT, 스포츠 이벤트 중계 쟁탈전

전남혁 기자

입력 2021-07-15 03:00 수정 2021-07-1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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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차별화로 시청자 다양화
티빙 “유로 기간 2030男 가입 늘어”… 이벤트 후 이용자 이탈 막기 숙제
일부선 “스포츠 관람 유료화에 국민 시청권 침해 우려” 비판도



티빙, 쿠팡플레이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대형 스포츠 이벤트 중계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고정 팬 층을 가진 스포츠 중계를 통해 그동안 OTT에 관심이 없었던 2030 남성 등 다양한 시청자를 끌어들이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경쟁이 가열되는 OTT 시장에서 콘텐츠 차별화를 위한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CJ ENM이 운영하는 OTT 티빙은 12일(한국 시간) 막을 내린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의 중계와 다시보기 서비스를 OTT 중 독점으로 제공한 데 이어 8월 개막을 앞둔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국내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쿠팡의 OTT 쿠팡플레이도 출시 이후 국가대표 축구대표팀 월드컵 예선, 2021 코파아메리카 등 굵직한 행사를 중계한 데 이어 16일 예정된 프랑스와의 올림픽 남자 축구대표팀 경기도 온라인 독점 중계할 예정이다.

OTT들이 노리는 것은 시청자의 다양화다. 조성철 티빙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금까지 주 타깃은 20, 30대 여성 팬들로 예능이나 드라마가 주된 콘텐츠였다”며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관심을 끌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스포츠를 택했다”고 밝혔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유로 2020 기간 동안 티빙의 2030 남성 시청자 비율은 16.44%로 이전 한 달간 비율(14.49%)보다 증가했다.

쿠팡은 스포츠로 고객을 끌어들여 주력 상품인 온라인 쇼핑 경쟁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시청자를 이커머스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아마존과 유사한 전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장 방문이 어려워진 것도 OTT를 통한 스포츠 시청 수요를 늘리는 데 한몫했다. KT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 자사 OTT ‘시즌’을 통한 프로야구 정규시즌 생중계 시청자 수는 2019년에 비해 13% 늘었고, 시청시간은 19% 늘었다.

인기 스포츠 이벤트로 단기간에 이용자 수가 급증하도록 유인할 수 있지만, 대회 이후에도 이용자를 붙잡아 놓는 것이 숙제다. 업계 관계자는 “스포츠팬은 플랫폼 충성도가 비교적 낮아 대회가 종료되면 쉽게 플랫폼을 빠져나가는 패턴이 있다”며 “이탈을 막기 위해 다른 스포츠 중계를 추가하거나 예능, 드라마 등 다른 장르의 콘텐츠를 이용하도록 어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료 가입자만 시청할 수 있는 OTT가 국민적 관심이 높은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국민의 시청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최근 쿠팡플레이가 도쿄 올림픽 온라인 중계권 구매를 철회한 이유에 대해 시청권 침해 논란을 고려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림픽, 월드컵 경기 등의 경우 전체 가구의 90% 이상을 시청자로 확보한 방송사만 중계권을 가질 수 있다는 ‘보편적 시청권’은 지상파 방송국이나 유료방송사업자 등에만 적용된다. 아직 OTT 온라인 중계는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스포츠 이벤트는 어느 플랫폼에서든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상호 경성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온 국민에게 회자되는 콘텐츠들은 누구나, 어느 플랫폼에서든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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