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결국 승자일까… 소문대로 샤넬 가격 인상

황태호 기자

입력 2021-07-02 03:00 수정 2021-07-0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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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인기제품 10% 안팎 올려… ‘클래식 플립백 라지’ 1000만원대
명품 값 인상, 국내서 유독 잦아
“환율-원가만으로는 설명 안돼… 가격 높이면 수요 더 몰리는 탓”


지난달 30일 샤넬 제품을 사러 몰려든 사람들. 뉴시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국내 판매 가격을 대폭 올리면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 가격이 개당 1000만 원을 넘게 됐다. 국내에 명품을 사려는 수요가 많다는 점을 이용해 업체들이 같은 제품을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게 비싸게 파는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샤넬의 인기 제품인 ‘클래식 플립백 라지’의 국내 판매 가격은 전날 942만 원에서 이날 107만 원(11.4%) 오르며 1000만 원 선을 넘었다. ‘클래식 플립백 미디엄’ 가격도 같은 기간 864만 원에서 971만 원으로 12.4% 올랐고, 보이백 스몰 사이즈는 614만 원에서 666만 원으로 8.5% 올랐다. 보이백 미디엄 사이즈는 671만 원에서 723만 원으로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샤넬뿐 아니라 카르티에, 불가리 등 다른 해외 명품 브랜드들도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불가리는 올해 3월과 지난달에 이어 이날 또다시 일부 제품에 대한 가격을 올렸고, 카르티에는 이달 15일 인기 시계 제품인 ‘탱크솔로’를 기존 600만 원에서 625만 원으로 인상하는 등 주요 제품 가격을 4% 안팎으로 올릴 것으로 전해졌다. 샤넬은 이날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판매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 들어서만 두 번 이상 가격을 올리는 등 유독 한국에서 인상이 잦다는 지적이 나온다.

1년에 한두 번 가격을 올리던 명품 업체들은 최근 인상 횟수를 부쩍 늘리고 있다. 루이비통과 프라다 등도 올 들어서만 4, 5회씩 가격을 높였다. 명품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떨어진 글로벌 매출을 수요가 높은 아시아 지역의 가격 인상으로 만회하는 전략을 쓰면서 국가별로 가격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포브스가 명품 브랜드 5개 제품의 가격을 국가별로 비교한 결과 한국(2개) 중국(2개), 뉴질랜드(1개)에서 가격이 가장 높게 나왔다. 생로랑의 ‘삭 드 주르 백’의 한국 판매 가격(2730파운드·약 425만8800원)은 유럽 대비 33% 높았다. 프라다 ‘클래식 사피아노 백’의 한국 가격(2255파운드·약 351만7800원)은 러시아 대비 20% 비쌌다.

명품 브랜드의 잦은 가격 인상은 오픈런 등 ‘패닉 바잉(공황 소비)’을 낳고 있다. 지난달부터 샤넬의 역대급 가격 인상 소문이 돌면서 주요 백화점 명품매장 앞은 문을 열기 전부터 미리 제품을 사두려는 이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등에서 새벽부터 매일 연출된 ‘오픈런’(제품 구매를 위해 매장 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하다가 뛰어가는 것) 행렬에는 재판매 업자(리셀러)는 물론이고 본인이 제품을 쓰려는 실수요자도 대거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환율과 원재료 값을 반영한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인상 횟수가 잦다”며 “결국 가격을 높일 때마다 수요가 더 몰리는 국내 시장 상황을 염두에 둔 본사의 가격 정책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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