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운용, 안전자산에 쏠려… 디폴트 옵션 도입 나서야”
박성민 기자
입력 2021-07-01 03:00 수정 2021-07-01 03:00
본보-채널A ‘제23회 동아모닝포럼’
89.3% 원리금 보장 상품 투자… 5년 年환산수익률 1.8%대 그쳐
“구조 복잡해 보장형만 선택 많아… 상품 구성 단순화할 필요 있어”
“디폴트 옵션(사전 지정 운용)을 도입해 퇴직연금 운용의 차별화를 유도해야 한다.”(박종원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
“현재 퇴직연금 운용 포트폴리오는 99%가 안전자산에 쏠려 있다. 디폴트 옵션을 통해 이를 완화할 수 있다.”(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30일 ‘100세 시대 퇴직연금, 왜 디폴트 옵션인가’를 주제로 동아일보와 채널A가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개최한 ‘제23회 동아모닝포럼’에서 디폴트 옵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확정기여(DC)형 가입자가 별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미리 설정된 상품에 투자하는 제도다. ‘쥐꼬리 수익률’로 노후안전망 역할을 못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해 수익률을 높이려는 취지다. 국내 퇴직연금의 최근 5년 연 환산수익률은 1.8%대에 그쳤다. 적립금(255조 원)의 89.3%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적극적으로 퇴직연금 운용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로 지나치게 복잡한 상품 구조를 지목했다. 김경록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대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메뉴판이 어려워 쉬운 메뉴만 시키듯 투자 상품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니 간단한 원리금보장형 상품만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박종원 교수도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더라도 상품 구성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디폴트 옵션 등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연금 선진국의 사례도 소개됐다. 미국은 DC형 가입자의 80%, 스웨덴은 92%가 디폴트 옵션을 활용한다. 남재우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도입 역사가 나라마다 달라 단순 비교는 주의해야 한다”면서도 “펀드 간 경쟁을 유도해 수수료를 낮추고 표준화된 항목 공시로 가입자의 선택을 돕는 호주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면 금융 지식이 부족하거나 이직이 잦은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퇴직금 인출 시기에 수익률이 나쁘면 원금마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은행과 보험업계 등에서 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디폴트 옵션에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회에서는 디폴트 옵션 도입을 뼈대로 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3개가 논의 중이다. 여당에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운용 대상을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제한한 반면 야당 안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포함하고 있다.
정승혜 모닝스타코리아 상무는 “시장 변동성 때문에 10년간 투자하면 3년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 단절이 없어야 손실도 만회하고 장기투자에 따른 높은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현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장은 “퇴직연금을 해지하지 않고 오래 운용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입자 권리를 보호할 장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정엽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본부장은 “퇴직연금 사업자의 사전 교육과 설명 의무를 강화하고 과도한 수수료를 어떻게 통제할지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한국연금학회장)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에는 운용사가 수수료 산정 기준을 제출하지 않아도 소액의 과태료만 내게 돼 있어 현실적이지 않다”며 제도 보완을 촉구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회사들이 가입자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디폴트 옵션 상품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며 “가입자의 투자가이드를 위한 ‘연금 플래너’를 제도화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89.3% 원리금 보장 상품 투자… 5년 年환산수익률 1.8%대 그쳐
“구조 복잡해 보장형만 선택 많아… 상품 구성 단순화할 필요 있어”
3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제23회 동아모닝포럼에서 박종원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위
사진).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정승혜 모닝스타코리아 상무, 박종원 교수,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 권기섭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아래 사진 왼쪽부터) 등이
참석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디폴트 옵션(사전 지정 운용)을 도입해 퇴직연금 운용의 차별화를 유도해야 한다.”(박종원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
“현재 퇴직연금 운용 포트폴리오는 99%가 안전자산에 쏠려 있다. 디폴트 옵션을 통해 이를 완화할 수 있다.”(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30일 ‘100세 시대 퇴직연금, 왜 디폴트 옵션인가’를 주제로 동아일보와 채널A가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개최한 ‘제23회 동아모닝포럼’에서 디폴트 옵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확정기여(DC)형 가입자가 별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미리 설정된 상품에 투자하는 제도다. ‘쥐꼬리 수익률’로 노후안전망 역할을 못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해 수익률을 높이려는 취지다. 국내 퇴직연금의 최근 5년 연 환산수익률은 1.8%대에 그쳤다. 적립금(255조 원)의 89.3%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적극적으로 퇴직연금 운용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로 지나치게 복잡한 상품 구조를 지목했다. 김경록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대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메뉴판이 어려워 쉬운 메뉴만 시키듯 투자 상품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니 간단한 원리금보장형 상품만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박종원 교수도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더라도 상품 구성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디폴트 옵션 등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연금 선진국의 사례도 소개됐다. 미국은 DC형 가입자의 80%, 스웨덴은 92%가 디폴트 옵션을 활용한다. 남재우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도입 역사가 나라마다 달라 단순 비교는 주의해야 한다”면서도 “펀드 간 경쟁을 유도해 수수료를 낮추고 표준화된 항목 공시로 가입자의 선택을 돕는 호주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면 금융 지식이 부족하거나 이직이 잦은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퇴직금 인출 시기에 수익률이 나쁘면 원금마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은행과 보험업계 등에서 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디폴트 옵션에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회에서는 디폴트 옵션 도입을 뼈대로 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3개가 논의 중이다. 여당에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운용 대상을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제한한 반면 야당 안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포함하고 있다.
정승혜 모닝스타코리아 상무는 “시장 변동성 때문에 10년간 투자하면 3년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 단절이 없어야 손실도 만회하고 장기투자에 따른 높은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현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장은 “퇴직연금을 해지하지 않고 오래 운용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입자 권리를 보호할 장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정엽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본부장은 “퇴직연금 사업자의 사전 교육과 설명 의무를 강화하고 과도한 수수료를 어떻게 통제할지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한국연금학회장)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에는 운용사가 수수료 산정 기준을 제출하지 않아도 소액의 과태료만 내게 돼 있어 현실적이지 않다”며 제도 보완을 촉구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회사들이 가입자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디폴트 옵션 상품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며 “가입자의 투자가이드를 위한 ‘연금 플래너’를 제도화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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