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금리 연내 인상, 경제상황에 달려…늦지 않아야”

뉴시스

입력 2021-05-27 15:14 수정 2021-05-2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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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지연시 부작용 커…늦지 않아야
미 연준보다 먼저 조정도 가능…국내 여건 맞게
암호화폐 금융안정에 부정적…대출 모니터링
추경시 경제성장률, 0.1%~0.2%p 더 높아질 듯
CBDC, 도입 필요성 커…시기는 아직
가계부채 부담에 금리 정상화 늦춰선 안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금리인상 여부와 관련 “경제 상황에 달려 있다”는 뜻을 밝혔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시점보다 한은이 먼저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해서도 “금융불균형 누적을 방지하기 위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속도 조절을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27일 오전 한은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준금리 정상화는 너무 서둘러서는 안되겠지만 지연 됐을 때의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경제와 금융안정 상황 변화에 맞춰 조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이 같이 밝혔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0.5%로 8차례 연속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금리정상화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선 미리 금리인상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는 “그런 의견이 충분히 있으리라 예상하고 있다”며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이례적 수준으로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했는데, 경기 상황이 호전이 되면 이례적 상황을 적절하게 조치하는 건 당연한 조치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불균형의 누적은 방지해야 한다. 그야말로 적절한 시점에서, 서두르지 않아야겠지만 늦지는 않아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있는 게 사실”이라며 “시기를 단정해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연내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 전개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시기가 앞당겨 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은이 먼저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긍정적 답변을 내놨다.

이 총재는 “미 연준도 중요하지만 연준이 완화적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 한은이 먼저 움직일 필요가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도 “연준이 완화적 기조를 계속 유지하는 상황에서 국내 여건에 맞게 통화정책을 조정하면 국내 상황에 맞춰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여부와 관련 없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은 국내 금융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통화정책 결정시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면서도 “우리 통화정책은 국내 경제 여건에 맞춰서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금리 인상을 미뤘다가 연준이 할 때 따라가게 되면 그 사이에 금융불균형 문제는 물론이고, 바깥 상황에 따라 금리 조정 시기를 정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사실상 연준 통화 정책과 1대 1로 매칭해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정하는데 집단면역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백신접종 확대에 따른 경제활동 제약 완화의 정도, 그에 따른 우리 경제 성장세의 개선 흐름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암호화폐)과 관련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최근 들어 암호자산 시장의 규모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데 부정적 영향에 대해 유의하고 있다”며 “가상자산은 가격의 변동성이 매우 커 금융 시스템의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레버리지를 이용한 개인들의 암호자산 투자가 과도하게 늘어나고 있다”며 “가격의 안정성이 낮고 급등락 가능성이 있는 암호자산 특성으로 인해 가계 손실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이로 인해 관련 기관 대출 부실화로 금융기관으로 리스크가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암호자산 거래와 연결된 은행 입출금 규모를 면밀히 모니터링 하면서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CBDC 도입을 결정하려면 기술적 문제가 가장 중요한 선결 고려사항이지만 제도적, 법적 요인도 있기 때문에 현재 그 시기를 구체화 시켜 확정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지급결제 환경이 바뀌고 있고 앞으로도 변화의 폭이 상당히 클 텐데 그런 상황을 예상해 본다면 신용위험, 유동성 위험이 없는 CBDC 도입 필요성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모의실험에 착수할 예정이지만, 그 사이에 보완할 점은 없는지 기술적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며 “CBDC 도입이 결정되면 그 시점에서 곧바로 시행하는 데 차질 없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내며 증가를 억제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 1분기 말 가계부채는 1년 전보다 153조6000억(9.5%)나 급증한 1765조원으로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해 채무가 늘어난 측면도 있고, 가계부채가 상당히 가파른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어 상당히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며 “금리인상을 하게 되면 차입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해 가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지속되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크고 나중에 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불균형 누적을 방지하기 위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고, 이것을 늦지 않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 총재는 “금리정책에도 가계 부담을 고려할 것이다. 시점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금리가 정상화하는 과정을 밟아간다면 가계부채 상환 부담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경기 상황의 개선에 맞춰 점진적으로 금리를 조정해 가계에 미치는 재무건전성에 대한 부담과 영향을 최소화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속도 조절을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성장률 전망치가 3%에서 4%로 1%포인트 높아진 것에 대해서는 “지난 2월 전망 때는 ‘4차 재난지원금’ 규모나 정확한 세부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성장률 전망치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그 이후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이 5조원 가량 확정돼 지금까지 70% 집행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추경 내용을 보면 소비 성향이 높은 자영업자, 저소등층에 집중돼 통상의 가계지출에 비해 소비 진작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있다”며 “한은이 갖고 있는 거시계량 모델에 따르면 이번 추경이 올해 성장률을 0.1%~0.2%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금통위는 이날 국내 경제의 회복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하고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 총재는 “경제지표도 좋고, 성장 전망도 밝지만 코로나19 전개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이 아직 크다”며 “백신 접종이 빨리 진행될지 여부에 따라 경제 회복의 속도에 상당히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전망은 기본적으로 백신 접종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전되고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호전돼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정상화되는 것을 전제로 했다”며 “추가로 경기부양책을 실시하는 상황까지도 고려했는데, 국내 소비의 회복세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는 성장률이 기본 전망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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