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7월말 종료하는데, EBS온클 오류… “교육부가 한게 뭐냐”

이소정 기자

입력 2021-03-07 21:48 수정 2021-03-07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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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온라인클래스 비상상황실을 방문해 EBS 온라인클래스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당장 내일부터 본격적인 원격수업이 시작되는데 오늘까지 온라인클래스가 먹통이니 미치겠어요. 자료도 못 올렸는데 수업이 제대로 될지…. 하루 종일 빨간색 동그라미(‘로딩 중’ 표시)만 돌아가네요.” (서울 고교 교사 김모 씨)

전국 초중고교가 개학 2주차를 맞는 8일부터 본격적인 새 학년 수업을 시작한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주말에도 컴퓨터를 붙잡고 씨름해야 했다. 이날까지도 정부가 운영하는 EBS온라인클래스(온클)가 불안정한 탓이다. 당초 교사들은 온클이 새로운 실시간 원격수업 플랫폼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오류가 계속되자 현장에서는 “실시간 원격수업만 늘리라고 했지 정작 교육부가 한 게 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만들어 놓은 교실도 사라져” 속 터지는 교사들
주말 동안 현장 교사들은 “3월 둘째 주가 두렵다”는 반응들을 쏟아냈다. 7일 서울 구로구의 고교 교사 이모 씨는 “개학 첫 주엔 1, 2학년이 오전 오후로 나눠 등교했지만 당장 내일부터는 2학년 학생들이 1주 내내 원격 수업에 들어간다”며 “이번 주부터는 제대로 된 수업을 해야 하는데 이 인원들이 한꺼번에 접속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너무 걱정”이라고 불안해 했다.

EBS온클 오류는 다양하다. 접속불가나 접속지연, 접속 중 튕김 현상은 기본이고 동영상 업로드가 되지 않거나 화상수업 중 보조자료가 열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소리가 나오지 않거나 학생들의 출석 시간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있다. 한 교사는 “툭하면 접속이 끊기는 상황에서 간신히 클래스(교실)를 개설해 동영상을 올렸는데 몇 시간 뒤에 보니 개설해 놓은 반 자체가 사라졌더라”고 전했다.

교육당국은 올해 온클 서버를 개편했다. 하지만 오히려 수업 편의 기능은 후퇴했고 사이트 구조 역시 여전히 비효율적이라는 평가다. 이전에는 학생들의 학년이나 학급 시간표에 따라 강의를 업로드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안 된다고 한다. 또 강의에 접속한 학생들을 반별, 번호별로 정렬하고 학습 진도율을 확인하는 기능도 되지 않고 있다. 대전의 한 고교 교감은 “교육부의 고교 선택과목 확대에 따라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선택 과목방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며 “그런데 정렬도 안 되고 교사도 학생도 서로를 모르다보니 특히 1학년 방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라고 전했다.

● 민간 플랫폼 이동도 ‘산 너머 산’
공공학습관리시스템(LMS)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교육용 계정에 대해 ‘시간제한 없는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줌(Zoom)’의 정책이 7월 31일자로 종료될 예정이다. 줌은 3인 이상 이용 시 40분까지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줌은 학교에 대해 일시적으로 시간제한 조건을 풀었다. 하지만 8월부터는 학교계정으로도 40분이 넘으면 일정액을 결제해야 한다.

일부 학교는 구글클래스룸이나 MS팀즈 같은 다른 민간 플랫폼 이동까지 고민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서울 성북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기 초부터 줌으로 수업을 세팅한 상황에서 학생, 학부모를 새로운 플랫폼에 가입시키고 시험 운영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라며 “어린 학생들이 복잡한 이용방법을 익히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 파주의 초등학교 교사는 “미성년인 학생들은 계정을 만드는 것조차도 학부모 동의나 핸드폰 인증이 필요하다”며 “30명 가까이 되는 반 학생들을 어떻게 옮기겠느냐”고 토로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이 맞냐”는 자조까지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줌이든 구글이든 결국 해외 서비스고 학생 개인정보 보안도 문제”라며 “공공 역량이 안 되면 국내 기업 참여를 독려해서라도 전국 학생이 동시 접속해도 안정적인 LMS를 개발해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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