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등기임원 전년보다 67% 늘었지만 ‘유리천장’ 여전
김현수 기자
입력 2021-03-07 16:19 수정 2021-03-07 16:24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국내 200대 상장사의 여성 등기임원 수가 전년 대비 67% 늘었지만 여전히 미국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왔다.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해 9월 말 기준 200대 상장사의 등기임원 1441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들 중 여성 등기임원은 총 6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일시점의 39명과 비교해 67% 늘어난 수치다.
상장사의 여성 등기임원 선임이 늘어난 것은 2019년 12월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 영향으로 보인다. 이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법인에 사실상 여성 등기임원을 최소 1명 이상 두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에 비해서는 국내 기업의 유리천장이 견고한 편으로 나타났다. 한국 200대 기업 등기임원 중 여성 비중은 4.5%였지만 미국 200대 기업(포브스 기준) 여성 등기임원 비중은 30%(730명)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국내 200대 상장사 중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곳은 전체의 73%에 달한 반면 미국은 200대 기업 모두가 1명 이상의 여성 임원을 두고 있었다.
국내 기업 중 여성 등기임원이 3명 이상인 곳은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 뿐이었다. 삼성전자, 한국전력공사 등 9곳은 여성 등기임원이 2명이었고, 나머지 44곳은 1명에 그쳤다.
여성 대표이사 수도 미국과 차이가 났다. 국내 200대 기업 중 여성 대표이사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 한성숙 네이버 사장 등 기존 3명에서 지난해 조희선 한세실업 대표가 가세해 총 4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미국은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 린 굿 듀크에너지 회장 등 11명이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이사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이 여성임원 비중 확대에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여전히 미국 등 선진국과는 (여성인재 활용에) 격차를 보이고 있다. 기업 자체적으로도 여성임원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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