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지하철 작년 1조 순손실… ‘시민의 발’ 안전-서비스 빨간불

강승현 기자 , 이청아 기자

입력 2021-02-10 03:00:00 수정 2021-02-10 14:04:4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위기의 대중교통]
코로나 여파 1년새 2배로 늘어… 지하철 승객 1명당 800원 손해본셈
노후전동차 교체 등 못할수도
버스도 1년새 2배 넘는 적자 허덕… 준공영제 서울시 작년 7313억 투입
요금인상-무임승차 개선 등 제기돼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코로나19) 확산으로 서울 지하철 3호선 객차 안이 한산하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에 ‘빨간불’이 켜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업계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지하철은 출퇴근길 가장 많은 시민이 이용한다. 하지만 연간 순손실액이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재정 악화가 장기화돼 요금 인상 등으로 이어질 경우 가뜩이나 팍팍한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 쪼들릴 것으로 보인다.

9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의 순손실액은 1조900억 원. 1년 전 5865억 원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늘었다. 2017년 이후 줄곧 5000억 원대를 유지했지만 코로나19로 승객이 줄면서 이제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용객도 급격히 줄었다. 2019년 27억2625만 명이 이용했지만 지난해 19억7912만 명으로 30%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이용객도 747만 명에서 542만 명으로 200만 명 이상 뚝 떨어졌다.

○ 승객 감소에 지하철·버스 ‘직격탄’

서울교통공사의 지난해 지출 비용은 2조6423억 원이다. 승객 한 명을 태우는 데 약 2020원의 돈을 썼다. 이 계산대로라면 기본요금(1250원)을 받고 한 명을 태울 때마다 800원 정도 손해를 본 셈이다.

급기야 서울교통공사 재무처장은 지난달 사내 게시판에 “지난해 서울시에서 재정투융자기금을 긴급 조달받아 기업어음을 가까스로 상환해 부도 위기를 모면했다”면서 “올해 최악의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하반기에도 외부 차입 등을 통한 돌려 막기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썼다. 재무처장이 전 사원을 대상으로 이 같은 위기를 직접 언급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버스회사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준공영제에 따라 서울시가 지난해 버스회사에 지원한 돈은 1705억 원이다. 여기에 부채 5608억 원까지 갚아 줘야 하기 때문에 7313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3600억 원 정도에 그쳤던 2019년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2, 3차 코로나19 대유행이 이어지면서 거의 모든 버스회사가 고사 직전이다. 공항버스는 아예 운행을 멈췄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후 9시 이후 영업금지 조치가 이어지면서 안 그래도 줄었던 승객 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면서 “자영업자처럼 버스업계에도 코로나19 손실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늦은 밤 이용 빈도가 높은 택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시 법인택시 가동률은 지난해 40.7%로 전년(50.35%) 대비 10% 줄었다. 절반이 넘는 택시기사가 아예 운전대를 잡지 않는다는 얘기다. 급한 대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지만 휴업을 신청하는 기사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 요금은 인상, 서비스는 하락 ‘시민 불편’ 가중

대중교통 곳곳에서 들리는 신음소리는 당장 시민 불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5호선(208칸), 8호선(90칸)의 낡은 전동차 교체를 계획하고 있다. 내년에는 5호선(200칸), 4호선(260칸) 교체 작업이 예정돼 있다. 재정 악화가 계속 이어질 경우 이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부도 위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이 바로 노후 전동차 교체, 내진 보강 같은 시민 안전과 직결된 부분”이라며 “불요불급한 사업을 연기 또는 취소하면서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전동차 교체 같은 필수 작업은 아예 생각도 못 한다”고 했다. 버스회사도 운행 횟수를 줄이는 등 ‘허리띠 조이기’에 나섰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요금을 2015년 1050원에서 1250원으로 조정한 뒤 지금까지 이 요금을 유지해 왔다. 같은 해 버스도 1050원에서 1200원으로 인상된 후 동결됐다. 지난해 내부적으로 요금 인상을 결정했지만 박원순 전 시장의 사망으로 중단됐다. 사실상 벼랑 끝으로 내몰린 만큼 업계에서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요구에 떠밀려 서울시가 요금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고스란히 시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65세 이상 어르신 무임수송제도 등을 먼저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무임수송으로 발생한 손실액은 지난해 2643억 원이다. 코로나19 전에는 해마다 3500억 원 이상의 손실 비용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시민토론회에서도 성인 1000명 중 75%는 ‘지하철 무임수송제도와 관련해 비용 보전 등 제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종합교통본부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교통요금은 원가 대비 50% 이상 낮은 상태로 적자를 보더라도 대중교통을 많이 타게 하려는 정부 정책이었다”면서 “연령을 상향 조정하거나 출퇴근시간에는 돈을 받고 승차하는 등의 무임수송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이청아 기자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