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플랫폼’ 경쟁 선언… 위기관리-소비자 보호 강조

신나리 기자

입력 2021-01-05 03:00 수정 2021-01-05 14:24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금융권 수장들 신년사 보니
윤종규 “고객의 평생 파트너 돼야” 조용병 “핀테크 기업들과도 협력”
김정태 “생활금융 플랫폼 선도” 손태승 “AI-빅데이터 기술 활용”
손병환 “기본 충실한 농협 만들것”


금융지주 수장들이 2021년 신년 일성으로 ‘금융 플랫폼’ 경쟁을 선언했다. 고객 맞춤형 플랫폼을 구축하고 네이버, 카카오 같은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및 핀테크(금융기술기업)의 도전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금융사고와 대출 부실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위기관리를 주문하고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과 금융 소비자 보호 등의 경영 방향도 강조했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올해 신년사 및 취임사에서 빠짐없이 등장한 단어는 ‘플랫폼’이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기존의 이자이익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는 한계와 빅테크 및 핀테크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선 자체 플랫폼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금융 플랫폼 혁신을 통해 고객 접점을 더 확대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No.1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회장은 “빅테크의 금융 진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상품 판매에서 종합자산관리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하며 빅테크 기반의 개인화 고객관리 체계를 구축한 고객의 평생 금융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플랫폼은 다수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는 시장과 같은 공간”이라며 “플랫폼 사업자들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기 전에 다양한 생활 플랫폼과 제휴해 ‘생활금융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디지털 플랫폼은 금융회사 제1의 고객 접점”이라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혁신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으로 플랫폼을 혁신하자”고 주문했다.

금융지주사들은 이미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 혁신을 본격화하겠다는 경영 방침을 선언했다. 전통 금융기업의 약점인 플랫폼 경쟁력을 보완하기 위한 이종 간 융합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신한만의 혁신적인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자”며 ‘적과의 동침’도 제안했다. 그는 “핀테크와 빅테크 등 다양한 기업과 협력하고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자”고 했다. 2015년 도입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신한퓨처스랩’처럼 국내외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와 협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탄탄한 기본기와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한 ‘위기 회복력(Resilience)’도 등장했다. 조 회장은 상황별 위기대응 속 회복 탄력성이 필요하다고 했고, 손 회장도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과감한 변화와 혁신이 전제된 위기 극복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도 이날 취임사를 통해 “기본에 충실한 농협을 만들겠다”며 위기 대응 역량을 강조했다.

사모펀드 부실 사태 등으로 불거진 조직 내 리스크 관리도 화두로 떠올랐다. 손태승 회장은 “소비자 보호와 내부 통제는 이제 영업을 위한 필수 선행 조건”이라며 “전 그룹사가 완벽한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