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ining]50년 노하우 담긴 국민커피
주성하 기자
입력 2020-11-19 03:00 수정 2020-11-19 05:35
조선 후기 고종 황제가 즐긴 것으로 유명한 커피는 1945년 광복 이후 다방 등에 널리 보급됐다. 그러나 당시 유통되던 커피는 대부분 밀수 등 합법적이지 않은 경로로 유통됐다.
1968년 설립된 동서식품은 미국 제너럴푸즈사와 기술 제휴를 맺고 1970년 맥스웰하우스 커피를 생산하며 국산 커피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동서식품이 국내 최초로 출시한 인스턴트 커피 ‘맥스웰 화인’은 뛰어난 품질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기호품이던 커피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했다.
국내 시장에서 인스턴트커피가 증가세를 보이던 1970년대 중후반, 동서식품은 향후 커피 시장이 좀 더 고급스러운 맛과 향을 내는 시장으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동결건조 커피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파트너사인 제너럴푸즈는 연간 국민소득이 1000달러도 되지 않는 한국에서 고급 커피가 팔릴 리가 없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동서식품은 한국 소비자의 입맛이 고급화될 것으로 예견하고 동결건조 커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1980년 9월 국내 최초의 동결건조 커피인 ‘맥심’이 탄생했다. 인기 탤런트 이순재를 모델로 한 맥심 컬러 광고는 맥심 명사 시리즈로 이어지며 큰 호응을 얻었다.
1980년 1대의 설비로 시작한 맥심 공정은 불과 4년 만인 1984년 시설을 2배로 증설했다. 맥심은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으며 1987년에는 맥스웰하우스의 매출액을 추월했고 1988년 이후 국내 커피 시장을 주도하며 동서식품의 주력 제품으로 부상했다.
맥심 모카골드가 지난 30여 년간 커피믹스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며 국민커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고품질 원두에 대한 고집과 50여 년 커피 제조 노하우에 기반한 뛰어난 기술력에 있다. 동서식품은 반세기 기술력으로 커피, 설탕, 크리머의 황금 비율은 물론 콜롬비아, 온두라스, 페루 등 엄선한 고급 원두를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해 언제 어디서나 누가 타도 맛있는 커피를 만들었다.
획기적인 포장 기술의 도입을 통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여온 점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동서식품은 1987년 국내 최초로 스틱 형태의 커피믹스를 출시한 뒤 1996년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 스틱에 커피, 프리마, 설탕의 순서대로 포장하는 설비를 구축했다. 각자의 기호에 맞게 설탕 양을 조절해 커피믹스를 즐길 수 있게 돼 소비자들이 느끼던 작은 불편을 해소했다.
2000년대 후반에는 야외 여가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편의점이 급성장함에 따라 간편하게 구입해 마실 수 있는 커피음료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동서식품은 2008년 6월 언제 어디서나 커피전문점 수준의 리얼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는 ‘맥심 티오피’를 출시했다. 또 2000년대 접어들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원두커피가 점차 인기를 얻는 것에 착안해 2011년 국내 최초의 인스턴트 원두커피 ‘맥심 카누’를 출시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국내 최초 동결건조 커피인 ‘맥심’을 선보인 이후 커피믹스, 인스턴트 원두커피 등 새로운 커피시장을 창출하며 국내 커피문화를 이끌어왔다”며 “앞으로도 50여 년에 걸쳐 쌓아온 커피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어디서든 커피 한 잔으로 일상의 작은 여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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