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칼럼]“AI기반 의료기기 성장에 차별화된 규제혁신 필요”

동아일보

입력 2020-08-27 03:00 수정 2020-08-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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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1984년에 개봉된 영화 ‘터미네이터’는 미래에 인공지능(AI)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내용으로 사이보그 로봇이 사전에 기록된 영상 및 음성 정보 등을 이용해 사람을 찾아내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이고 놀라운 장면이었다. 그때로부터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 홍채로 사람을 식별하거나 음성을 인식해 정보를 검색하는 스마트폰, 운전자 없이 자율 주행하는 자동차 등 AI를 활용한 제품들은 전혀 새롭지 않은 세상이 됐다. ‘상전벽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혁명 시대로의 흐름은 질병의 예방, 진단,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기 분야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장비·장치산업인 의료기기산업은 첨단 통신기술 등과 결합한 유헬스 의료기기나 AI 기술에 기반을 둔 의료기기 등으로 탈바꿈 중이다.

이런 변화는 기존 하드웨어 형태의 의료기기에 적용해 온 전형적인 규제방식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무형인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기존의 의료기기 제조품질 관리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거나, 의료기기 제조업의 시설 요건이었던 자체 시험실이나 보관소를 갖추도록 요구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다.

반대로 기존엔 문제되지 않았던 정보저장 장치의 바이러스 감염 방지를 위한 사이버보안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안전과 성능에 필수적 기준이 되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도록 새롭고 차별화된 규제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5월 1일자로 시행된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은 정부가 정보통신기술(ICT), AI, 로봇기술 등 첨단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개발 지원과 그에 맞는 규제를 적용하고자 입법됐다. 즉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특성을 고려해 중대한 사항 외 경미한 변경은 자율 관리토록 하는 변경허가 네거티브제 △식약처장이 혁신성을 인정한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는 의료기관 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승인을 통한 임상시험 허용 △소프트웨어 생산 특성을 반영한 제조 및 품질 관리기준 적용 등의 다양한 특례를 담고 있다.

또 6월 25일엔 식약처가 전 세계 의료기기 규제를 선도하는 10개국으로 구성된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 내에 ‘인공지능 의료기기 규제조화 실무그룹’ 설치를 제안해 의장국으로 선출됐다. 이는 AI 기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국제 공통규제를 주도할 역량을 널리 인정받은 결과다.

국제 공통용어 및 표준과 관리제도의 국제조화를 선도하고 AI 기반 의료기기의 안전규제를 주도해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국민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동시에 국내 제품의 해외 진출에도 교두보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런 끊임없는 규제혁신 노력이 정보기술(IT) 강국의 위상을 넘어 첨단기술을 적용한 혁신적 의료기기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이 되고, 한층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과 치료로 우리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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