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아낄텐데… 난수표 부동산稅

세종=주애진 기자 , 김자현 기자

입력 2020-08-15 03:00 수정 2020-08-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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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잦은 땜질에 누더기 된 부동산세제
취득-종부-양도세 개편 또 개편
“얼마 더 내나” “세제혜택 못받나”… 납세자들 혼란, 전문가도 헷갈려


몇 년 전 사업을 그만둔 안모 씨(54·여)의 일상은 지난달 10일 이후 크게 달라졌다. 정부가 7·10부동산대책을 통해 4년과 8년짜리 민간임대주택 등록제도를 폐지하고 세제 혜택도 없애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안 씨는 하루에 수백, 수천 개씩 대화 글이 올라오는 모바일 메신저의 단체 채팅방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 6·17대책, 7·10대책 등으로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부동산 세제와 대책을 의논하는 공간이다.

“소득세법 시행령을 보면 이렇거든요.”

“제 생각엔 그게 아니라….”

안 씨와 같은 집주인들은 매일 채팅방에서 부동산 세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각자 공부한 내용을 공유하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2018년 빌라 1채(약 30m²)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안 씨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없어지면서 현재 살고 있는 집 1채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정부의 말을 철석같이 믿은 게 화근이었다.

안 씨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와 지역 세무서, 국세청 상담센터 등에 수십 번씩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조차 쉽지 않았다. 겨우 통화를 하게 된 세무서에서는 “잘 모르겠으니 기재부에 문의하라”고만 했다. 이달 7일 정부가 의무기간을 못 채워도 세제 혜택을 그대로 준다는 보완책을 내놨지만 발표 내용만 봐서는 자신이 구제 대상에 포함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도 답답해서 소득세법 등 관련 법 내용을 출력해 밑줄까지 그으며 공부하고 있지만 낯선 법률 용어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안 씨는 “정부가 급조한 부동산대책 때문에 온 국민이 세법과 씨름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집값 잡기 수단으로 가뜩이나 복잡한 부동산 세제를 자주 뜯어고치면서 집을 가진 사람들이 ‘세금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헷갈리는 복잡한 부동산 세제가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를 이루기는커녕 시장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2·16대책, 올해 6·17대책, 7·10대책 등 약 7개월간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금을 강화하는 대책을 쏟아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 / 김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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