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못미친 금감원 특사경 출범 1년… 유죄판결 사건 1건뿐

김자현 기자 , 장윤정 기자 , 김동혁 기자

입력 2020-07-17 03:00 수정 2020-07-17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금융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기틀… 기대한 것 비해 실적 저조” 평가
특사경 “인원-포렌식 장비 부족… 압수수색-증거분석 어려움 커”
금융위, 역할 중복 ‘자조단’ 지원 늘려… 일각 “금융위-금감원 밥그릇 싸움”


출범 1년을 맞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단 1건의 유죄판결만 이끌어 내는 등 당초 기대에 비해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며 불공정거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자본시장 조사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미래통합당 윤두현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8일 출범한 금감원 특사경은 출범 이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지정해 검찰에 이첩한 사건 10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15일에는 처음으로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강제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종결된 사건은 단 2건에 불과하다. 이 중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것은 특사경 1호 사건인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선행매매’ 사건이 유일하다. 나머지 1건은 무혐의로 불기소의견 송치했다.

특사경 내부에서는 1년간 인프라와 수사 경험 등을 축적해 안착의 기반을 닦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 안팎에선 야심 차게 출범한 것에 비해 실적이 부실하다는 평가가 많다. 강제조사권이 있어 사실상 특사경과 역할이 겹치는 금융위 산하 자본시장조사단(자조단)의 경우 2018년 23건, 2019년 상반기(1∼6월) 18건을 처리했다.

이에 대해 특사경 측은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특사경 인원은 10명밖에 되지 않다 보니 통상 20∼30명이 필요한 압수수색 등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사경과 비교되는 금융위 자조단의 인원은 26명이다. 증거 확보를 위한 포렌식 장비도 1대밖에 없어 의욕만큼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고충을 토로한다. 사건 범위도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한정돼 인지수사가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올해 초부터 꾸준히 금융위에 특사경 인력 및 장비 등 충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금융위는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 자조단과 기존의 금감원 조사국이 발맞춰 할 수 있는 일인데, 특사경이 추가로 만들어지다 보니 서로 역할이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해체되면서 기관 간 공조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는 오히려 자조단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최근 불공정거래 조사시스템을 고도화하면서 합수단 수사 경력이 있는 수사관 4명을 충원하기로 결정했다. 또 휴대전화나 PC 등에서 증거 확보를 위한 포렌식 장비도 3억5000만 원가량을 들여 충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을 특사경이 출범부터 역할이 모호했다며 자본시장 조사체계 자체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특사경의 역할 범위를 둘러싸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밥그릇 싸움을 벌인 탓에 현재 자조단, 특사경, 검찰 등 자본시장 조사 주체가 중첩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진 만큼 자본시장 감독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자본시장 감독 체계를 정비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김자현 zion37@donga.com·장윤정·김동혁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