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갑상선암도 방치하면 위험… 진단부터 치료까지 ‘원스톱 진료’

홍은심 기자

입력 2020-04-28 03:00 수정 2020-04-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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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선도 의료 한국] - 일산차병원 갑상선암센터
내원 한 번에 암 유무-병기 확인
로봇-내시경 수술로 흉터 최소화
환자 불안감 줄이는 감성 치료도


일산차병원은 최근 갑상선암 수술 경험 2만1000건 이상을 보유한 박정수 교수를 갑상선암센터장으로 영입하고 본격적인 환자 진료에 들어갔다.
갑상샘암(갑상선암)은 흔히 ‘착한 암’이라고 불린다. 다른 암과 비교해서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느리게 퍼지고 치료 결과가 좋아 장기 생존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암연합위원회(AJCC)가 2018년 개정한 갑상선암 병기분류를 기준으로 발표한 미국 갑상선암 환자 10년 생존율 통계를 보면 1기 98∼100%, 2기 85∼95%, 3기 60∼70%, 4기 50% 미만으로 암이 진행될수록 사망률도 높아졌다. 이처럼 갑상선암도 방치하면 위험할 수 있어 착한 암보다는 ‘느린 암’이 더 맞을 수 있다.

특히 갑상선암은 암의 종류에 따라 예후와 생존율에 차이가 있다. 갑상선 유두암이 가장 발생률이 높다. 갑상선 유두암과 여포암은 예후가 좋은 편이나 수질암과 미분화암은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 특히 미분화암은 6개월 이내에 사망할 수 있는 치명적인 암이다. 이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수술 등 적극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산차병원은 최근 갑상선암 수술 경험 2만1000례 이상, 수술 후 20년 생존율 95%라는 임상 성과를 보유한 박정수 교수를 갑상선암센터장으로 영입했다.


갑상선암 유무-병기 확인 ‘원스톱 서비스’

일산차병원 갑상선암센터에는 박 센터장을 필두로 최소침습과 로봇수술 전문가로 알려진 깁법우 교수, 김민지 교수 등 풍부한 경험과 실력을 갖춘 의료진이 있다. 또 핵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들이 진료과 구분 없이 공통적인 치료 방침을 가지고 긴밀한 협조 체계를 갖췄다.

또 한 번의 내원으로 신속 정확하게 갑상선암 유무와 병기까지 확인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했다. 만약 환자가 갑상선암으로 진단되면 먼저 전담 코디네이터 간호사가 필요한 검사와 수술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다. 암 치료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상담과 교육도 제공한다.


환자 맞춤 수술법 적용… 부작용-흉터 최소화

일산차병원 갑상선암센터는 환자의 성별, 나이, 병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합한 수술 방법을 선택해 시행한다. 과거에는 갑상선암으로 진단되면 목 정면에 6∼8cm 정도를 절개해 암을 제거했다. 상처가 잘 아문다면 얇은 실선 정도의 흉터만 남아 목주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불규칙한 비후성 반흔이나 켈로이드성 반흔이 나타나면 흉터가 눈에 띄게 된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흉터를 최소화하는 다양한 수술법이 개발됐다.

먼저 박 센터장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최소침습 갑상선 절제술’. 이 수술법은 절개선을 목 중앙을 피해 옆 목 가까이에 2.5∼3cm 길이로 넣고 띠 근육과 흉쇄유돌근 사이의 공간으로 들어가서 갑상선을 떼는 방법이다. 수술 시간을 단축하고 수술 후 통증도 경미한 획기적인 방법이다.

겨드랑이 부위를 6cm 정도 절개해 갑상선으로 접근하는 ‘액와 접근법’, 양측 유륜과 겨드랑이에 1cm 미만의 상처로 접근하는 ‘양측 유륜 액와 접근법’, 귀 뒤를 통해 접근하는 ‘귓바퀴 뒤 접근법’ 등의 수술법도 있다.

최근에는 로봇이나 내시경을 활용해 아랫입술 안쪽에서 갑상선까지 접근해 눈에 보이는 상처를 피부에 남기지 않고 통증을 줄이는 ‘경구 접근 갑상선 수술법’도 적용하고 있다. 경구 접근 갑상선 수술은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아랫입술 안쪽 점막에 1cm 미만 3개의 구멍을 통해 진행한다. 신체 구조상 갑상선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아랫입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다른 수술법에 비해 도달 거리가 짧아 통증을 줄일 수 있다.

갑상선암 수술에서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을 줄이는 것도 관건이다. 일산차병원 갑상선암센터는 풍부한 수술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의료진이 최첨단의 성대신경 모니터링 장비와 부갑상선을 찾는 영상기기 등 의료 장비를 활용해 수술 후에 목소리가 쉬지 않게 후두 신경을 보존한다. 칼슘을 조절하는 부갑상선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 방사성요오드 치료실을 갖추고 있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 잔여 조직을 제거하는 방사성요오드 치료로 암의 재발을 막고 있다.


암 환자 감성치료 시스템 도입… 전인적 치료

일산차병원 갑상선암센터는 갑상선암 환자의 정신적인 불안까지 관리하는 ‘암 환자 감성치료 시스템’을 도입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갑상선을 절제한 환자 중 약 9%가 우울증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환자들은 우울, 의욕 저하, 불안, 불면증 등의 증상을 잘 관리하고 치료해야 한다.

일산차병원 갑상선암센터는 환자가 갑상선암을 진단받으면 정신건강의학과가 협진해 암 진단으로 인해 환자가 겪게 되는 감정 변화와 적응상 어려움을 미리 점검하고 예방하는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수술 등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난 후에도 찾아올 수 있는 재발에 대한 불안, 암 이후 삶의 변화 등 적응에서의 어려움도 관리한다. 환자 가족들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돕기 위해 주기적인 교육과 정서적 지지 치료도 제공한다.

박 센터장은 “갑상선암은 무조건 순한 암이라는 인식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목 부위에 뭔가가 만져지는데 결절이 크거나 최근에 갑자기 커진 경우, 결절이 커서 호흡 곤란 증상이나 음식물을 삼키기 힘든 경우, 갑상선에 덩어리가 있으면서 목소리 변화가 같이 있는 증상이라면 갑상선암이 이미 많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지체 말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수술 경험만 2만건 넘는 베테랑 박정수 교수, 센터장으로 영입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는 박정수 일산차병원 갑상선암센터장(왼쪽).

박정수 센터장은 우리나라 최초로 1980년대에 미국과 일본으로 연수를 떠났다. 갑상선암의 진단과 치료를 세부화, 전문화해 갑상선암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최첨단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를 창립하고 학문적으로 발전시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선두주자가 되는 데 기여했다. 또 갑상선학과와 내분비내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이비인후과 등 여러 학문분야가 모인 대한갑상선학회도 만들어 초대 회장에 취임하고 이 분야의 초석이 됐다.

국제적으로는 아시아내분비외과학회 회장, 세계내분비외과학회 정회원, 미국두경부외과학회 정회원, 미국 외과학술원 정회원 등으로 활동하며 2015년 세계두경부암학회에서 100년간 두경부암 치료법을 발전시킨 100대 의사 중 한 명으로 뽑히기도 했다. 박 센터장은 1980년대 중반 이후 갑상선암 수술 경험만 2만1000건 이상 보유하고 수술 후 20년 생존율이 95%나 되는 우수한 치료 성적을 자랑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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