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개발 ‘혈압 측정 앱’, 한국선 반쪽에 그치는 까닭
허동준기자
입력 2020-04-22 18:20 수정 2020-04-22 18:27
삼성전자는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삼성 헬스 모니터’ 모바일 앱이 식품의약품안전처(MFDS)로부터 허가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갤럭시 워치 액티브2 내 삼성 헬스 모니터 앱.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올 3분기 혈압 측정 애플리케이션(앱) ‘삼성 헬스 모니터’를 출시한다고 최근 밝히자 국내 원격의료 업계에는 “원격의료에 첫 발을 뗐다”며 화색이 돌았다. 스마트 워치로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모바일앱이 보건당국의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것은 세계 최초이기 때문이다. 전자업계에서도 심전도 체크만 할 수 있는 애플 워치에 비해 진일보한 기술 혁신이란 평가가 나왔다. 고혈압 환자들이 매번 커프 혈압계(팔뚝에 기기를 끼어 혈압을 재는 방식) 없이 24시간 간편하게 혈압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기기업계에선 “이 또한 한국에서는 반쪽짜리가 될 것”이란 한숨이 나온다. 국내에선 실시간으로 환자의 혈압 데이터를 병원으로 보내는 것이나 이를 바탕으로 비대면진료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10년 18대 국회에서부터 꾸준히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도입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번번이 무산된 상태다. 이 법이 통과되면 환자들은 혈압을 측정한 것을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의사와 소통하며 진단과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위기 상황 시 의료진에게 알람이 가게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305억 달러 규모(지난해 기준)의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이 연평균 14.7%의 성장률을 보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규제에 막혀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한 재계 관계자는 “소를 다 잃기 전에 외양간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원격의료가 국내 규제에 막히자 한국 기업들은 할 수 없이 해외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뇌졸중 등으로 인해 장애가 생긴 손을 재활훈련할 때 사용 가능한 디지털 재활기기 ‘라파엘 스마트글러브’ 개발한 네오펙트는 전 세계 30개국에 진출해 이용자 40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가정에서 이 기기를 이용할 수 없다. 미국 정부 등과 원격의료 시스템 공급 계약 등을 체결한 인성정보는 2010년 이전 국내 70%, 해외 30%였던 원격의료 사업 비중을 지난해 국내 10%, 해외 90%로 바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도 원격의료 부재(不在)가 아쉬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태가 사실상 원격의료 기술을 다투는 ‘실험’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발표한 ‘중일 원격의료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중국은 2014년 의료 인프라 불균형과 의료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허용에 나섰다. 현재 10% 비중의 원격상담은 2025년 2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세계 원격진료 시장의 1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중국은 알리페이, 바이두 등 총 11개 업체가 참여해 ‘온라인 의사 상담 플랫폼’을 구축하기도했다. 이 중 최대 사용자 보유 플랫폼인 핑안굿닥터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회원수가 10배 증가해 총 11억1000만 명이 이용했다. 일본도 집단 감염이 발생했던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 크루즈 승객들을 대상으로 앱을 통해 의료진 상담, 필요 약물 요청 등의 서비스 제공했다. 또 라인헬스케어 등을 이용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원격상담 창구를 설치하고, 원격의료 서비스를 활성화했다. 라인헬스케어는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과 소니 계열사인 의료전문 플랫폼업체 M3가 설립한 합작사다. 일본은 1997년 특정질환과 지역을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한 이후 2015년 대상 제한을 없앴고, 2018년부터는 원격진료가 건강보험에 포함되는 등 확산 추세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성장하는 원격의료 시장의 기회를 잡고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원격의료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 제한 규제부터 과감히 개선해 향후 신종 전염병 출현에 대비하고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한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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