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로 하이패스’로 교통사고 위험 줄여야[기고/유정복]

유정복 한국교통연구원 경영부원장

입력 2020-04-20 03:00 수정 2020-04-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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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한국교통연구원 경영부원장
지난해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전년보다 11.4% 감소해 17년 만에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2000년에 비해 2.5배 이상 감소하는 성과다. 중앙정부, 경찰청, 한국도로공사 등 관련 기관들의 교통안전정책과 국민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직 교통안전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치고 있고, 고령자의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있어 교통시설 및 정책 개선 노력이 더 필요하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고속도로 주요 영업소에 다차로 하이패스를 확대 설치하겠다고 밝힌 것은 교통 인프라에 남아있는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이용객의 안전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시의적절하다. 하이패스는 톨게이트를 무정차로 통과하는 장점 덕분에 2007년 전국 확대 이후 13년 만에 이용률이 83%에 이를 정도로 이용객의 호응을 얻어 왔다. 하지만 좁은 차로 폭과 낮은 제한속도 때문에 적지 않은 불편이 있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하이패스는 기존 도로 구조를 유지하면서 설치한 관계로 차로 폭이 3.5m 이하인 곳이 많고, 협소한 차로들 사이에는 구조물까지 설치돼 있어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곤 한다. 해당 구간의 제한속도가 시속 30km로 낮게 설정돼 있음에도 이를 지키는 차량은 6%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최근 5년간 고속도로 톨게이트 사고는 550건을 넘어서고 있고, 이 중 하이패스 차로 사고는 약 35%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국토부는 2021년까지 전국 60개 영업소에 다차로 하이패스를 대폭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다차로 하이패스는 차로 간 구분시설을 없애고, 두 개 이상의 차로를 연결해 보다 넓은 차로 폭을 확보함으로써 운전자가 사고위험 없이 톨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게 해 준다. 제한속도는 시속으로 최고 80km까지 상향돼 톨게이트 부근 교통 혼잡 해소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통행시간 단축과 운행 및 환경비용 절감 등으로 연간 1400억 원의 경제적 편익도 기대된다.

최근 한국의 교통정책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과정에 있다. 도로 시설 또한 양적인 확충보다는 안전과 편리성을 고려한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다차로 하이패스 도입은 점차 증가 추세에 있는 고령운전자와 대형차량을 감안한 합리적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고령운전자가 매년 13%씩 증가하고 있고, 고령자 운전사고도 매년 14% 이상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통사고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도로시설은 사회와 이용자의 변화에 따라 진화해야 한다. 다차로 하이패스 도입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공급자 중심이 아닌 도로의 안전과 운전자의 편리함을 강조하는 이용자 중심의 도로정책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유정복 한국교통연구원 경영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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