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답답해”…재택근무 직장인·개학연기된 대학생 동네카페로 몰렸다

뉴스1

입력 2020-03-18 09:49 수정 2020-03-1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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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기도 주택가에 위치한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업무를 보거나 공부 중인 직장인과 학생들로 가득 찼다.2020.3.17/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 “집에 있으면 답답하고 집중도 안되요. 아내도 따로 일하는 게 좋다고 해서 카페로 나오고 있어요”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36)는 매일 아침 노트북을 들고 아파트 앞 카페로 향한다. 지난주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시행한 이후 닷새째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오후가 되자 카페 2층은 김씨처럼 노트북을 켜고 앉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누가 봐도 집 앞 카페로 나온 재택근무자들이다. 카페 한편은 문제집과 교과서를 펼친 채 공부 중인 학생들이 차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와 방학이 길어지면서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일부 ‘동네 카페’로 몰려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직장과 학교를 폐쇄하자, 카페가 ‘공공 사무실 겸 공부방’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주택가 카페로 몰리는 직장인·학생…“집은 답답해서”

18일 뉴스1이 서울과 경기도 주택가에 있는 대형 카페 10곳을 취재한 결과, 직장인 또는 중·고·대학생이 10명 이상 밀집한 곳은 6곳(60%)으로 확인됐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위치한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오전 9시가 되자 노트북을 든 성인 남녀가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각자 자리를 잡은 이들은 약속한 것처럼 노트북을 켜고 업무를 시작했다.

카페는 오전 11시가 되기도 전에 2층 전 공간이 노트북을 켠 직장인으로 북적였다. 점심때를 넘기자 삼삼오오 문제집을 펴고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자리를 잡았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다.

한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주택상권 매장은 이른 시간부터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몰리는 경향이 많아졌다”며 “재택근무나 개학연기의 영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고객이 개인 업무를 보기 편하도록 분리형 공간을 두고 있는 매장 중에서는 고객 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곳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과 학생들에게도 카페를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맞벌이 부부인 김씨는 “아내도 재택근무 중인데 두 사람이 업무를 볼 공간도 부족하고 집중이 안 돼 업무능률이 떨어진다”며 “내가 카페에서 일하기로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흡연가인 점도 한몫했다.

고등학생 최모양(17)도 오전에는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듣고 오후에는 카페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최양은 “방학이 4월까지 연기됐는데 학원이나 도서관은 모두 폐쇄돼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다”며 “집은 답답해서(싫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사무실·공부방 된 동네카페…“지역감염 진원지 될라” 경고

모든 동네 카페가 이른바 ‘재택근무족’(族)으로 북적이는 것은 아니다. 직장인과 학생들은 주택가에서 가까우면서 규모가 큰 매장에 주로 몰리는 경향을 보였다.

업계는 일부 ‘선택받은’ 카페에 직장인과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을 반가움 반, 걱정 반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급감한 매출을 재택근무족들이 상쇄해주는 효과는 있지만, 지역감염 측면에서는 위험천만한 광경이어서다.

서울에서 유명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2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고객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3월 초부터 재택근무자들이 조금 늘어나 반가운 마음이 든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도 A씨는 “대부분의 고객은 마스크를 쓰는 등 스스로 조심하지만, 가끔 매장 내 고객이 몰리면 다닥다닥 붙어 앉기 때문에 걱정된다”며 “음료를 마시거나 디저트를 먹을 때는 마스크를 벗는 점도 위험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계속될 경우 재택근무와 개학 연기를 하는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심할 경우 카페가 ‘지역감염’의 새로운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탁 순천향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재택근무, 개학연기 등은 개개인이 물리적인 거리를 둬서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낮추자는 취지”라며 “카페에 다수가 밀집하게 되면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무색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김 교수는 “코로나19는 비말(침방울) 뿐 아니라 신체접촉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곳은 그 자체로 감염경로가 될 수 있다”며 “집 안에서 생활하는 것이 답답하더라도 다중이용시설을 찾는 것은 당분간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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