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돌 이겼지만…중국에 밀리는 ‘한국산 바둑 AI’

뉴시스

입력 2019-12-23 15:38:00 수정 2019-12-23 15:39: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NHN이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한돌이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2승 1패로 승리했다. 하지만 이번 대국은 국내 바둑 AI 대표주자인 한돌이 기술력을 과시했다기보다 중국 등 세계 AI 기술 선도국과의 격차를 확인했다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23일 IT 업계에 따르면 한돌은 지난 21일 전남 신안군의 리조트에서 이뤄진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3번기 최종 제 3국에서 2점 접바둑을 벌인 결과 이세돌 9단을 181수 만에 이겼다. 이로써 한돌이 2승 1패로 승기를 가져갔다.

하지만 이 9단이 3국 직후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한돌에 대한 평가는 후하지 않았다. 그는 “솔직히 접바둑으로 따지자면 아직 강하다고 인정하기는 좀 그렇다. 제가 아닌 좋은 후배들이었다면 너끈히 이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 9단은 “한돌이 중국 바둑 AI인 ‘절예’(絶藝·줴이·FineArt)와 비교하면 아직 부족하지 않나 싶다”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실제 이 9단은 지난 18일 이뤄진 1국에서는 한돌을 상대로 2점 접바둑을 두면서 92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물론 호선(맞바둑)으로 이뤄진 2국에서는 122수 만에 졌지만 1국에서는 인간 프로기사라면 저지르지 않을 만한 실수(78수)를 한돌이 저질렀고 이를 이세돌이 파고들며 이긴 것이다.

또 한돌은 지난 8월 중국 산둥성에서 열린 ‘2019 중신증권배 세계 AI 바둑대회’에서 중국의 ‘절예’와 ‘골락시’의 산을 넘지 못하고 3위에 그쳤다.

한돌은 NHN이 1999년부터 ‘한게임 바둑’ 게임을 통해 쌓아온 방대한 바둑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서비스하는 AI 바둑 프로그램이다. NHN은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AI 알파고가 2016년 3월 이세돌 9단을 꺾어 한국 사회를 놀라게 한 것을 계기로 10개월여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2017년 12월에 한돌을 내놓았다.

이후 한돌은 진화를 거듭해 국내 대표 바둑 AI로 꼽힌다. 한돌은 매 수(手)를 두기 전 상대가 둘 만한 가지 수를 뽑아내고 그 승리 가능성을 일일이 예측해 가장 유리한 수를 둔다. 또 자가 대국을 통해 생성한 기보를 이용해 스스로 끊임없이 학습한다.

이에 따라 NHN은 한돌이 2018년 인간 프로기사 9단의 기력과 비슷한 수준에서 현 한돌 3.0 버전은 2016년 이세돌 9단과 대국한 알파고 리, 2017년 커제와 대국한 알파고 마스터의 수준을 넘어서는 기력을 선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돌이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에 대해 아쉽다는 평가와 함께 한국의 AI 기술 수준을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산하기관인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ICT 기술수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 수준은 지난해 기준으로 1위인 미국의 81% 수준이다. 경쟁국인 유럽(90%), 중국(88%), 일본(86%)에 못 미친다.

특히 중국의 AI 기술 성장 속도가 가팔라 눈에 띈다. 테크 미디어인 테크 니들이 지난 7월 발간한 ‘인공지능 비즈니스 트렌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국가별 특허출원 비중은 중국이 62%(4673개)로 가장 높다. 이어 미국이 25%(1914개)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한국이 8%(571개), EU 3%(226개), 일본 2%(188개) 등이다. 중국이 2015년부터 미국을 누르고 AI 출원 수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AI 기술이 미국, 중국 등에 뒤처지는 것은 기초과학 역량, 연구개발 투자 규모, 고급 인재 등 복합인 측면에서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근 AI 국가전략을 발표하며 AI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정부는 지난 17일 AI 반도체 핵심 기술인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에 10년간 1조여원을 투자하고 AI 인재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AI 국가전략’을 내놓았다.

IT 업계 관계자는 “미래가 AI 달렸다고 보고 각국의 정부의 기업이 사활을 걸고 매진하고 있다”며 “한국은 규모적 열세뿐 아니라 그간 준비가 미진했으며, 앞으로 기업들이 서두르지 않으면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