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늘어나는 저비용 항공사… 항공기 안전 문제 ‘우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18-11-28 16:06 수정 2018-11-28 16:38
지난달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항공기가 바다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등 189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주요 원인으로는 정비 불량과 조종사 대처 실패 등 안전 불감증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라이언에어는 저비용 항공사로 안전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해당 항공기는 추락 이틀 전부터 사고기 센서 오작동이 감지됐지만 관련 대처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되면서 정비사 과실 여부가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한 정비 체계와 부품 돌려 막기 방식으로 정비 규정을 피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항공 업계에서는 사고 원인이 안전과 관련된 투자 비용을 낮췄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항공 관련 전문매체인 ‘에어라인 레이팅’은 라이언에어가 지나친 비용 절감 정책으로 안전 관리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었으며 운항 훈련 등에 지출하는 비용이 적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매체 뉴욕타임즈는 최근 해당 사고에 대해 외적 성장과 비용 절감에만 집중해 안전 관리를 도외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항공 시장에 더 많은 저비용 항공사 등장이 예고되면서 출혈경쟁에 따른 수익 감소가 안전 관련 투자 최소화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화되는 경쟁 속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을 무시한 조치가 국내에서도 ‘제2의 라이언에어 사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으로 항공사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저비용 항공사 추가 진입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 국내 항공 시장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풀 서비스 대형항공사 2개 업체를 비롯해 저비용 항공사 6개(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와 소형항공사 2개(에어필립, 에어포항), 화물항공사 1개(에어인천) 등 총 11개 항공사가 운항하고 있다.
여기에 양양공항 기반 ‘플라이강원’과 청주공항 ‘에어로케이’, 인천 기점 ‘에어프레미아’, 무안공항에 거점을 둔 ‘에어필립’ 등 4개 회사가 국토교통부에 국제운송사업자면허 신청서를 제출해 내년 중 일부가 면허를 취득할 전망이다. 사업 신청서를 제출한 업체들은 모두 저비용 항공사로 이미 6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LCC 시장 진입을 목표로 두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는 ‘우후죽순’ 늘어나는 업체 수로부터 나온다. 라이언에어 사태가 안전 투자 부족으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역시 저가 항공사 ‘난립’으로 경쟁이 심화될 경우 수익 감소와 안전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안전 인프라는 정부는 물론 업계와 소비자 모두가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사안이다. 운항·정비 인프라 확대 없이 항공사 숫자만 늘어날 경우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항공기 운항 및 정비와 관련해 저비용 항공사는 규모나 기술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력 채용이나 시설 구축을 위한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운항승무원 자격 기준 역시 대형항공사와 차이가 있다. 대형항공사의 경우 경력 승무원 비행시간 기준이 1000시간 이상인 반면 저비용 항공사 기준은 250~300시간 수준이다. 대형항공사와 정비 인프라를 공유하는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저비용 항공사 대부분이 자체 정비 능력 없이 중정비를 해외에서 받는 실정이다. 또한 조종사와 정비사 인력난을 겪고 있는 시장 상황 속에서 항공사가 늘어날 경우 전체 항공사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항공종사자 인력수급 전망 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장과 부기장이 매년 각각 300명, 400명씩 총 700여명이 필요하지만 실제 양성되는 조종사는 군 조종사 100여명과 민간 조종사 350명 등 450명 수준에 불과하다. 항공사 3개 업체가 시장에 진입한다고 가정해보면 항공기 최소 15대가 투입된다. 이 경우 해당 항공기 운항을 위해 조종사 50명 이상이 필요하다.
정비 인력 부족도 주목할 만하다. 바른미래당 이학재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국적 LCC 정비사 현황’에 따르면 항공기 1대당 정비 인력(올해 8월 기준)이 국토부 권고 기준(1대당 12명)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에 의하면 이스타항공은 12.7명으로 권고 기준을 충족했지만 제주항공(11.9명)과 에어인천(11.7명), 에어부산(8.9명), 진에어(7.1명, 대한항공 위탁 정비 규모 제외), 에어서울(3.7명) 등 대다수 업체들이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항공사만 늘어나게 될 경우 업체간 ‘인력 빼가기’ 현상이 심화돼 전체 항공 업계 안전성을 크게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 의견이다. 여기에 치열해진 경쟁 속에 사업자가 늘어나면서 각 업체 별 수익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익 감소는 결국 안전 투자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 국내 항공 시장 안전 확보를 위해 안전 인프라와 조종사, 정비사 인력이 완벽히 구축된 이후 신규 저비용 항공사를 허가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는 이유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해당 항공기는 추락 이틀 전부터 사고기 센서 오작동이 감지됐지만 관련 대처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되면서 정비사 과실 여부가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한 정비 체계와 부품 돌려 막기 방식으로 정비 규정을 피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항공 업계에서는 사고 원인이 안전과 관련된 투자 비용을 낮췄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항공 관련 전문매체인 ‘에어라인 레이팅’은 라이언에어가 지나친 비용 절감 정책으로 안전 관리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었으며 운항 훈련 등에 지출하는 비용이 적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매체 뉴욕타임즈는 최근 해당 사고에 대해 외적 성장과 비용 절감에만 집중해 안전 관리를 도외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항공 시장에 더 많은 저비용 항공사 등장이 예고되면서 출혈경쟁에 따른 수익 감소가 안전 관련 투자 최소화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화되는 경쟁 속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을 무시한 조치가 국내에서도 ‘제2의 라이언에어 사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으로 항공사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저비용 항공사 추가 진입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 국내 항공 시장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풀 서비스 대형항공사 2개 업체를 비롯해 저비용 항공사 6개(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와 소형항공사 2개(에어필립, 에어포항), 화물항공사 1개(에어인천) 등 총 11개 항공사가 운항하고 있다.
여기에 양양공항 기반 ‘플라이강원’과 청주공항 ‘에어로케이’, 인천 기점 ‘에어프레미아’, 무안공항에 거점을 둔 ‘에어필립’ 등 4개 회사가 국토교통부에 국제운송사업자면허 신청서를 제출해 내년 중 일부가 면허를 취득할 전망이다. 사업 신청서를 제출한 업체들은 모두 저비용 항공사로 이미 6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LCC 시장 진입을 목표로 두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는 ‘우후죽순’ 늘어나는 업체 수로부터 나온다. 라이언에어 사태가 안전 투자 부족으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역시 저가 항공사 ‘난립’으로 경쟁이 심화될 경우 수익 감소와 안전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안전 인프라는 정부는 물론 업계와 소비자 모두가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사안이다. 운항·정비 인프라 확대 없이 항공사 숫자만 늘어날 경우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항공기 운항 및 정비와 관련해 저비용 항공사는 규모나 기술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력 채용이나 시설 구축을 위한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운항승무원 자격 기준 역시 대형항공사와 차이가 있다. 대형항공사의 경우 경력 승무원 비행시간 기준이 1000시간 이상인 반면 저비용 항공사 기준은 250~300시간 수준이다. 대형항공사와 정비 인프라를 공유하는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저비용 항공사 대부분이 자체 정비 능력 없이 중정비를 해외에서 받는 실정이다. 또한 조종사와 정비사 인력난을 겪고 있는 시장 상황 속에서 항공사가 늘어날 경우 전체 항공사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항공종사자 인력수급 전망 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장과 부기장이 매년 각각 300명, 400명씩 총 700여명이 필요하지만 실제 양성되는 조종사는 군 조종사 100여명과 민간 조종사 350명 등 450명 수준에 불과하다. 항공사 3개 업체가 시장에 진입한다고 가정해보면 항공기 최소 15대가 투입된다. 이 경우 해당 항공기 운항을 위해 조종사 50명 이상이 필요하다.
정비 인력 부족도 주목할 만하다. 바른미래당 이학재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국적 LCC 정비사 현황’에 따르면 항공기 1대당 정비 인력(올해 8월 기준)이 국토부 권고 기준(1대당 12명)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에 의하면 이스타항공은 12.7명으로 권고 기준을 충족했지만 제주항공(11.9명)과 에어인천(11.7명), 에어부산(8.9명), 진에어(7.1명, 대한항공 위탁 정비 규모 제외), 에어서울(3.7명) 등 대다수 업체들이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항공사만 늘어나게 될 경우 업체간 ‘인력 빼가기’ 현상이 심화돼 전체 항공 업계 안전성을 크게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 의견이다. 여기에 치열해진 경쟁 속에 사업자가 늘어나면서 각 업체 별 수익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익 감소는 결국 안전 투자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 국내 항공 시장 안전 확보를 위해 안전 인프라와 조종사, 정비사 인력이 완벽히 구축된 이후 신규 저비용 항공사를 허가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는 이유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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