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한점 한점 민물장어구이, 몸 안을 데우는 기름진 풍미
임선영 ‘셰프의 맛집’ 저자
입력 2018-11-15 03:00 수정 2018-11-15 03:00
구림장어의 ‘장어숯불구이’. 임선영 씨 제공
임선영 ‘셰프의 맛집’ 저자
앞으로 추워질 일만 남았다. 작년에 구입한 벤치파카를 꺼낼까 하다가 보다 손쉽고 근원적인 방한법이 있어 집을 나섰다. 민물장어구이, 앞으로 갈 세 곳의 식당은 적어도 공력이 30년 이상 된 장어 전문점이다. 우선 팔당댐 풍경으로 인기 만점인 ‘구림장어’가 있다. 이곳의 장어는 특별하게 통통하다. 살이 쫀쫀하면서도 기분 좋은 기름기가 풍미를 끌어올린다. 특제 소스를 바르고 숯불에서 장시간 굽는데 소스와 불의 향연이 가을의 단풍향을 연상케 한다. 특히 바삭하게 구운 껍질 사이로 말랑하게 터져 나오는 지방질이 천상의 버터를 연상케 했다. 양념은 발려 있지만 장어 고유의 풍미를 살리는 절제된 맛이다. 장어를 싸 먹도록 부추와 쑥갓이 충실하게 나오며 알감자, 애호박 무침 등 주인장이 직접 준비한 반찬도 슴슴하니 맛있다.
두 번째는 파주의 ‘반구정임진강나루’. 평화누리길 8코스를 따라 분단의 현실이 아로새겨진 임진각을 향한다. 파주시 문산읍의 야산길은 반구정(伴鷗亭)에서 시작하며 마정리와 장산리로 평화로운 농로가 펼쳐진다. 숯불에 구워져 나오는 장어에는 소금, 간장, 고추장 양념이 돼 있어 취향에 맞게 먹을 수 있다. 찬으로 내어주는 가오리찜도 별미. 숯불에서 구워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장어뼈를 오독오독 씹어 먹는 재미도 좋다. 이 집에서는 소금, 간장, 고추장 양념 골고루 시켜 다 맛볼 것을 권한다.
조용히 도시에서 장어와 독대하고 싶다면 ‘팔팔민물장어’도 좋다. 1979년에 서울 강남 신논현역 인근에 문을 열어 이제 40년. 물론 주인장은 바뀌었지만 명성은 고스란히 이어진다. 고창산 민물장어가 기본이며 강화산 갯벌장어도 특별하게 조리한다. 질 좋은 장어의 깔끔함에 소금구이와 특제 간장양념이 별미다. 특히 이곳은 점심에 찾으면 이득이다. 다른 곳은 2, 3인 이상이어야 주문할 수 있는 장어를 혼자서도 당당히 먹을 수 있다. 점심특선 장어정식에는 장어 한 마리와 누룽지를 품은 즉석 가마솥밥이 배를 든든하게 해준다. 은은하게 달궈진 돌 위에 얹어 나온 장어는 한 점 한 점 몸 안을 온돌방처럼 데워준다.
임선영 ‘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 구림장어: 경기 하남시 미사대로 1260. 참숯불장어구이(2인 700g) 6만6000원, 쏘가리 매운탕 시가, 빠가사리매운탕 4만 원, 도토리묵 8000원
○ 반구정임진강나루: 경기 파주시 문산읍 반구정로 85번길 13. 민물장어(2, 3인분, 3마리) 8만5000원, 메기매운탕(2인) 5만 원
○ 팔팔민물장어: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 335. 장어정식, 장어덮밥 각 3만4000원, 평일 오후 3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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