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간다, 남극 펭귄 찾으러!

동아일보

입력 2018-10-29 03:00 수정 2018-10-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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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생태학계 연구

드론 “널 찾으러 왔다” 남극 아델리펭귄 앞에 서 있는 드론. 촬영 장비와 영상에서 자동으로 펭귄 개체수를 분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결합해 올해 3월 처음으로 무리 전체의 개체수 파악에 성공했다. 스토니브룩대 제공
나뭇가지에 앵무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멸종위기에 놓인 새다. 기존 생태학자들은 이 새를 잡아 몸에 전파 송신기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달아 놓고 추적했다. 수신기를 들고 신호를 쫓으며 새를 따라다니는 방식이었다. 다리에 금속이나 플라스틱 인식표를 달아 이동 패턴을 파악하기도 했다.

하지만 깊은 숲속, 울창한 가지에 앉은 새를 수신기 전파에 의존해 일일이 찾는 것은 효율이 높지 않았다. 실제로 전 세계 새나 포유류의 70%는 이런 기존 방법으로는 제대로 조사할 수 없다고 생태학자들은 말한다. 다른 좋은 방법이 있을까.

‘발품’을 최우선으로 치던 생태학계가 바뀌고 있다. 드론과 인공지능(AI)이 도입된 로봇 덕분이다. 아예 ‘로봇생태학’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온다.

올리버 클리프 호주 시드니대 야외로봇센터 연구원 팀은 동물의 몸에 가볍고 긴 전파 송신기(안테나)를 부착한 뒤 안테나의 신호를 수신해 그 위치를 추적하는 드론 시스템을 개발했다. 클리프 교수 팀은 이 드론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지역 숲에서 직접 새를 찾는 데 시험하고 그 결과를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17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드론에 인공지능을 도입했다. 드론에 심어놓은 여러 안테나가 감지한 새의 신호와, 과거 실제로 새가 발견됐던 장소 데이터를 조합해 새가 있을 위치를 추정한다. 드론은 추정 위치로 자동으로 이동하는데, 중간중간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경로를 계속 수정하며 오차를 줄인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뉴사우스웨일스 지역에 숨어 사는 멸종위기 앵무새의 위치를 50m의 오차 범위 내에서 정확하게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올해 3월에는 남극대륙에 사는 아델리펭귄 군집의 개체수를 파악하는 연구에서도 드론이 사용됐다. 미국 스토니브룩대 연구팀은 드론에 영상촬영 장비를 장착한 뒤 지상을 촬영했다. 그 영상에서 아델리펭귄만 골라 개체수를 세는 AI를 통해 75만 쌍의 아델리펭귄 군집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남극대륙 전체에서 3, 4번째로 큰 군집”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통해 아델리펭귄의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환경을 파괴하는 오염물질을 찾는 환경감시 로봇도 있다. 스위스 로잔공대 연구팀은 2017년 7월, 물속에서 오염물을 추적 감시하는 뱀장어 로봇 ‘엔바이로봇(Envirobot)’을 개발했다. 주먹만 한 타원기둥 모양 관절 9개가 연결된 뱀장어 모양의 기기로, 총길이는 약 1.5m다. 이 기기는 유전자 조작을 해 오염물을 감지할 수 있는 미생물을 일종의 ‘센서’로 장착하고 있다. 이 센서를 통해 수은 등 오염 상황을 파악한다. 만약 오염물이 감지되면 센서 내부의 효소가 빛을 발생시키고, 광측정기가 이를 감지해 경고를 보낸다.

아우케 이스페이르트 로잔공대 교수는 “엔바이로봇은 프로그램된 경로를 찾아갈 수도 있고, 오염의 근원을 찾아 스스로 경로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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