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프리즘] “반값이 정상?”…과열경쟁 속에 깨진 가격신뢰

원성열 기자

입력 2018-07-12 05:45:00 수정 2018-07-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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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아이스크림’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빙과업계가 꺼내든 가격정찰제가 시장에 안착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아이스크림 제품을 구매 중인 고객. 동아일보DB

■ 반값 아이스크림의 불편한 진실

빙과류, 소매점주가 최종판매가 결정
업체, 매출 위해 울며 겨자 먹기 납품
유통 질서 회복 위해 가격정찰제 시도


직장인 김모씨(30)는 요즘 동네에 새로 생긴 아이스크림 전문 할인점을 자주 찾는다. 편의점에서 보통 1000원인 바 아이스크림을 400원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콘류는 650원, 아이스샌드류는 600원 등 거의 모든 빙과제품이 반값이다. 동네 슈퍼에서도 ‘아이스크림 50%’ 할인이라 적힌 표지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제는 ‘아이스크림은 반값이 정상 가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 반값 아이스크림, 미끼상품으로 활용되다 가격 파괴

전통적으로 빙과류는 최종판매가격을 소매점주가 결정하는 구조이다. 각 빙과업체들이 주력으로 내세우는 바 제품의 경우 권장소비자가격은 800원(편의점은 1000원). 제조사들은 300원 내외로 공급가를 정해 대리점에 공급한다. 대리점은 다시 약 20%의 마진을 붙여 소매점에 납품한다. 이후 최종가격은 소매점주의 몫이다. 이론상으로는 최대 50%까지 마진을 붙일 수 있지만 통상 30% 정도를 적용한다.

‘반값 아이스크림’의 등장은 국내 유통산업의 변화와 관련이 깊다. 2000년대 초반부터 대형할인점들이 등장하면서 경쟁이 어려워진 동네 슈퍼들이 눈에 쉽게 띄는 30%, 50% 할인 표지를 내걸고 아이스크림을 미끼상품으로 활용했다. 처음에 마진 없이 팔던 동네 슈퍼들은 이후 빙과업체에 납품가 인하를 요구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때문에 업체들은 결국 어쩔 수 없이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고 납품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런 유통구조의 틈새를 노리고 등장한 것이 바로 아이스크림 전문할인점이다.

빙그레 ‘투게더’. 사진제공|빙그레

● 빙과류 가격정찰제 자리 잡을까

이런 시장에 대해 빙과업체들은 고민이 깊다. 할인점들이 아이스크림을 대량 구매해 당장 매출에는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권장소비자가격의 불신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일부 품목에 대해 다시 가격정찰제를 시행하고 있다. 과거 몇 차례 시도했다가 유통점주들의 반대에 가로막혀 실패했지만 이번만큼은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올 초부터 시행하는 가격정찰제는 롯데제과 셀렉션·티코(4천500원), 해태제과 베스트원·체리마루·호두마루(4500원), 빙그레 투게더(5500원), 엑설렌트(6000원), 롯데푸드 구구(5000원) 등 카톤제품(종이로 된 용기에 아이스크림을 담은 제품)이 주요 대상이다.

시행 초기에는 기존 할인율을 고수하려는 유통점주나 대형점포와의 갈등이 있었지만 현재는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고 있다. 실제 아이스크림 전문 할인점에서도 가격 정찰제 제품은 거의 할인 없이 판매된다. 여름 성수기를 앞둔 업계에서는 2016년과 달리 가격정찰제가 어느 정도 시장에 안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빙과업계 관계자는 “현재 빙과류 영업이익률이 1∼2%대에 그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선순환의 유통구조를 만들기 위해 가격정찰제를 지속해서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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