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혁신성장이 안보인다, 경제부총리 분발해 달라”

박재명 기자 , 문병기 기자 , 최혜령 기자

입력 2018-06-01 03:00:00 수정 2018-06-0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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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재정전략회의]“규제혁파 좀 더 속도를” 부처 질타
“저소득층에 나랏돈 더 풀어야”… 당정, 복지 재정지출 확대 예고
김동연 입지 약화 관측 나오자… 靑 “문재인 대통령, 부총리 중심 언급”


“혁신성장 성과 없다” 세 번째 언급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혁신성장에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당정청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청와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의 성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최근 최저임금 급등의 여파로 일자리가 줄면서 영세 자영업자와 노년층의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 소득주도성장의 밝은 면을 강조한 것이다.

반면 정부 경제정책의 또 다른 축인 혁신성장에 대해선 “성과가 없다”고 질책했다.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의 성과를 비판한 것은 지난해 11월과 이달 17일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문 대통령은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이 분발해 달라”며 ‘책임 소재’를 분명히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내에서 ‘성장’의 가치를 중시해온 부처 장관들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부처의 소극적 대응 질타한 대통령

문 대통령은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 김 부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 참모진까지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5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를 했다. 이는 소득주도성장 추진에도 저소득층의 소득이 되레 감소하며 양극화가 심해지고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소집한 지 2일 만에 재정전략회의를 통해 현안 점검에 나선 것은 그만큼 위기감이 크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성과를 부각하면서 직접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을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통계를 보면 고용시장 내 고용된 근로자의 임금은 다 늘었다”며 “이는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성과”라고 했다. 올 1분기(1∼3월) 하위 20% 근로자 소득이 8.0% 줄었지만 전체 근로자 임금은 3.7% 늘어난 점을 부각한 것이다.

이어 “정부가 대응을 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경제부처의 미온적 태도를 질책했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를 충분히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부총리와 기재부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과 달리 대통령이 청와대 정책라인의 ‘소득주도성장 유지’ 쪽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 복지 관련 재정지출 확대도 예고

이날 회의에서 여당 지도부와 대선 캠프 출신 장관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를 기우라고 보면서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지출을 늘리는 등 나랏돈을 더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당국인 기재부에 대해 지금보다 더 확장적인 재정을 하도록 압박한 셈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저임금이 소득 분배 개선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건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며 “(소득 하위 20%의 소득 감소를) 해소하기 위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가계소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가세했다.

재정 확대 요구에 대해 김 부총리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5년간의 재정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형식으로 답했다. 이미 기재부는 내년 예산을 5.7% 이상 늘리기로 했다. 이 정도의 증액만으로도 내년 예산은 453조3000억 원 선을 넘게 된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이보다 더 높은 재정확대를 요구함에 따라 국가부채가 대폭 늘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경제 컨트롤타워’ 논란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정부 내에서는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을 주장해온 김 부총리의 입지가 약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이날 회의에서 대통령이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을 ‘소득주도성장 컨트롤타워’로,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 컨트롤타워’로 교통정리를 해 준 것이라는 엇갈린 해석도 나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애초 원고에는 ‘경제팀에서 더욱 분발해 주시고…’라고 돼 있었는데 현장에서는 ‘우리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이…’라고 말하며 힘을 실어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경제수장으로서 김 부총리의 ‘영(令)’이 서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문 대통령이 핵심 경제정책마다 김 부총리 의견을 반영하지 않거나 성과가 미흡하다고 공개 질책했다”며 “청와대 중심으로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문병기·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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