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한달도 안돼 또 타워크레인 참사

김예윤기자 , 김배중기자

입력 2017-12-11 03:00 수정 2017-12-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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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공사장 높이 64m지점서 부러져 작업자 3명 사망-4명 부상
“작업중 물건 매다는 트롤리 움직여”… 경찰, 불량부품 사용 여부 등 조사


9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에서 현장감식반이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용인=장승윤 기자 tomato00@donga.com
경기 용인시 기흥구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에서 90m 높이의 타워크레인이 무너져 작업 중이던 인부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다. 최근 경기 남양주와 의정부 등에서 일어난 타워크레인 사고로 여러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가 안전관리 강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채 한 달도 안 돼 또 사고가 난 것이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9일 오후 1시경 타워크레인 높이를 조절하려고 크레인을 받치는 기둥을 들어올리던 도중 일어났다. 크레인을 13단에서 14단으로 높이던 중 11, 12단(64m 지점)이 부러지면서 78m 높이에서 일하고 있던 인부 7명이 땅으로 추락했다. 김모 씨(55) 등 3명이 숨지고 하모 씨(38) 등 4명은 중상을 입었다.

최근 잇따른 타워크레인 사고는 대부분 장비 노후화나 불량 부품 사용, 부실한 사후정비 등이 원인이 된 ‘인재(人災)’였다. 10월 경기 의정부에서 3명이 죽고 2명이 다친 타워크레인 사고는 크레인의 노후화가 원인이었다. 사고 크레인은 1991년 제작돼 27년째 사용 중이었다. 건설 현장 크레인의 사용 연한 10∼15년을 훌쩍 넘긴 것이었다.

현장에서 규정에 맞지 않는 타워크레인 부품을 사용하는 점도 문제다. 올 5월 남양주 크레인 사고는 협력업체가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정품 부품을 수입하는 대신에 서울의 한 철공소에서 정밀도면 없이 만든 사제 부품을 쓴 일이 문제가 됐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이날 용인 사고 현장을 합동 감식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은 작업자 실수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중이다. 조사팀은 “사고 직전 타워크레인의 지브(물건을 매다는 팔에 해당하는 부분)에 달린 트롤리가 움직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롤리는 타워크레인에서 물건 등을 수평으로 옮길 때 쓰는 장치로 사고 당시처럼 크레인 높이 조정 작업을 할 때는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사고가 난 크레인은 2012년 프랑스에서 제조돼 비교적 신형이었다.

사고 크레인에 불량 부품이 사용됐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부품 검사 절차가 허술해 불량 부품을 걸러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명구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사업자가 지자체에 크레인 사용 등록을 할 때 부품이 다 설치된 상태에서 안전성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부품도 다 안 갖춰진 채로 검사를 받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6개월마다 하는 정기검사도 까다롭게 하면 크레인 업체들이 싫어해 허술하게 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김예윤 yeah@donga.com·김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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