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우 셰프의 오늘 뭐 먹지?]오늘도 생선은 구워진다
정신우 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 셰프·일명 잡식남
입력 2017-11-10 03:00 수정 2017-11-10 03:00
가을에 먹기 좋은 대원식당의 고등어구이. 정신우 씨 제공
정신우 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 셰프·일명 잡식남
요리사에게 가을의 맛은 생선이다. 먹을 것이 지천인 황금 식탁에서 가을 바다가 내어 준 풍요로운 생선의 유혹은 아찔하다. 가을이 무르익으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맛을 감지한다. 지방이 차오르며 기름 맛이 풍부해지는 등푸른 생선과 입안에서 느껴지는 쫄깃하고 신선한 식감의 흰살 생선은 식욕을 부른다. 생선이 맛있는 계절이다.아무래도 가을 생선의 맛은 생선구이다. 국민 생선으로 불리는 조기, 고등어, 삼치, 갈치, 꽁치 외에도 요즘은 지역별 생선들이 눈에 띈다. 특히 보리굴비, 민어, 서대, 장대, 아귀(아구), 임연수어 같은 반건조 생선들도 종종 밥상에 요리와 반찬으로도 오른다. 번거로워도 맛이 있으면 찾게 되는 것이 생선이다.
갓 지은 밥에 적당히 간이 밴 생선살과 쫄깃한 식감 때문에 오늘도 생선은 구워진다. 손바닥만 한 조기를 쌀뜨물에 재워 염기를 없애고, 비늘을 긁어 통째로 구워 내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고등어와 꽁치는 이맘때면 지방질 함량이 20%가 넘어 기름진 맛이 넘친다. 참숯이 가장 좋고, 그릴로 여분의 기름을 빼서 구워도 좋다. 원적외선 그릴에 구워도 좋고, 피자에는 미안하지만 화덕에 구워도 그만이다. 살짝 소금을 뿌려 밑간만 하면 수분이 증발되고 비린 맛은 구워지면서 기화된다.
농어, 도미 같은 고급 어종을 메인 요리에 올릴 때는 생선 굽는 기술이 중요하다. 무조건 부드럽게만 익히는 건 생선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다. 생선구이 중에 정말 맛있게 먹었던 것 중 하나는 전남 여수 여행 중에 삼겹살을 굽고 난 뒤에 볼락을 그저 소금만 툭툭 쳐서 남은 불에 아주 천천히 바삭하게 구워냈던 ‘볼락구이’였다.
요즘 생선구이에 아쉬운 것은 대부분이 손질했거나 양식이라는 점이다. 우리 수산물이 다양한 경로와 제품으로 발전해서 김, 젓갈 등으로 입지를 굳혀 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아무래도 우리 바다에 물고기가 없다는 현실은 마트나 식당에 가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바다에 우리 물고기가 드물다. 생선구이 집에서 외국 물고기를 굽는다.
우리들에게 생선은 예부터 전해 내려온 유전자와 같다. 찜으로 어른들과 조상님을 공양했고 전과 튀김으로 귀한 시절을 보냈다. 제사와 잔치 같은 어려운 상차림을 생선으로 이어왔고 어포, 어란, 자반은 삶의 이야기가 됐으며, 회와 김치로 안주도 되었다가 젓갈과 식해로 남아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켜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마운 것은 여전히 생선구이다.
정신우 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 셰프·일명 잡식남 cafe.naver.com/platestudio
○ 어부사시가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176길 11. 02-875-0097. 직화 고등어구이 1만 원.
○ 사랑이네 생선구이 경기 성남시 수정구 적푸리로 27. 031-723-9295. 모둠 생선구이 1만 원.
○ 대원식당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62 나길 16-1. 02-795-1087. 생선구이 정식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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