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통념상의 이사비는?” 반포주공1단지 형평성 논란

- 적정 이사비에 대한 가이드라인 없어 논란

국토교통부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수주전에서 조합원들에게 이사비 7000만 원을 지급한다고 약속한 현대건설에 제동을 걸면서 이사비 기준과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재건축 사업에서 ‘이사비’는 시공사가 이사에 필요한 실비를 지급하는 개념이다. 재건축 기간 조합원이 임시 거처에서 전·월세로 머무는 데 드는 자금인 ‘이주비’의 개념과는 다르다. 과거에는 50만~100만 원 수준의 순수 이사비용을 무상 지원하는 형태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재건축 이주에 따른 전·월세 보증금을 일부 지원하는 형태로 변했고, 지원 금액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하지만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수주전에 참여한 현대건설이 2292명의 조합원에게 가구당 7000만 원의 이사비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이사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16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무상으로 지원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GS건설은 기존 주택 감정가의 60%에 해당하는 이주비용을 무이자로 융자받을 수 있도록 한 이주비 외에 별도로 이사비 지원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국토부는 지난 21일 법률 자문 결과 현대건설의 이런 제안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이에 대한 시정을 지시했다. 도정법에는 ‘누구든지 시공자의 선정과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할 수 없다’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거나 제공 의사 표시를 승낙하는 행위 등’을 금품수수 행위로 명시하고 있다. 국토부는 법률자문 결과 건설사가 이사비 명목으로 제시한 금액 중 사회 통념상의 이사비를 초과한 부분은 ‘이사 지원’의 목적이 아니라 사실상 ‘시공사 선정’을 목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려는 행위에 해당해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당일 관계 당국의 정책 발표에 대해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통념상 적정한 수준’의 이사비라는 기준에 대한 형평성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과거에도 사업성이 뛰어난 정비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시공사들이 파격적인 조건을 꺼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부산 시민공원 촉진3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무상이사비 3000만 원을 포함해 총 이사비용 1억원 지급’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촉진3구역 수주전 경쟁자였던 SK건설과 현대산업개발도 각각 3000만 원(무상 이사비 1000만 원), 5500만 원(무상 이사비 500만 원)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롯데건설은 반포 한신4지구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도 가구당 2000만 원의 이사비 제공을 제안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의 시정명령으로 조합 측에서 이사비를 아예 받지 않기로 하면서 조합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면서 “작년과 올해 초에도 3000~5000만 원의 이사비를 지원한 재건축 단지들이 있는데 국토부가 반포주공1단지에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말했다.

이사비 논란과 관련해 GS건설은 즉각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GS건설 관계자는 “당사가 광명 12R에서 3000만 원, 부산 우동3구역에서 5000만 원을 제시했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전형적인 음해성 홍보 전단지에 근거한 것으로 이미 조합원들을 상대로 사실 관계를 바로 잡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비 3000~5000만 원 지원이 실제로는 무상 500~1000만 원이고 나머지는 무이자로 빌려주는 ‘사업비 대여’(갚아야 하는 금액) 개념이었다는 게 GS건설의 주장이다.

한편 현대건설은 지방자치단체 및 조합과 협의를 거쳐 무상 이사비만큼 담보하는 수정안을 조합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조합은 오는 27일 잠실체육관에서 조합원 투표를 거쳐 현대건설과 GS건설 중에 한 곳을 시공사로 선정할 예정이다.

동아닷컴 이은정 기자 e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