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갑시다” 한미 경제협력]한-미, FTA를 넘어 경제협력 새 시대 연다

이샘물 기자

입력 2017-06-28 03:00 수정 2017-06-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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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양국 새 정부 동시출범, 경제협력 중요한 분기점
文대통령 첫 방미에 기대감… IT-의료 시장 확대 전망


미국은 한국에 정치적으로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파트너다.

2015년 기준으로 한미 양국의 상품 교역액은 1153억 달러, 서비스 교역액은 335억 달러다. 한국은 미국에 중국 캐나다 멕시코 일본 독일에 이어 6번째로 큰 상품 교역 파트너이며, 10번째로 큰 서비스 교역 파트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미국으로의 수출비중은 전체수출에서 13.8%를 차지했다. 미국은 총 수출 대비 비중이 각각 24.4%, 6.4%를 차지한 중국, 베트남과 함께 국내 수출 ‘톱 3’ 국가다.

미국은 한국의 제1위 투자대상국(2015년까지 누계기준)이기도 하다. 한국의 미국 투자는 2008년 63억 달러 수준에서 2011년 166억 달러 수준으로 크게 증가한 뒤 2014년 92억 달러로 떨어졌다가 2015년 104억 달러로 회복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투자는 1997년 이후 금융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대폭 늘어난 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8년엔 미국 경기침체로 인해 13억 달러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2015년에는 55억 달러로 올랐다.




시장 개방 통해 경제협력 확대


1980년 6월 최규하 전 대통령(오른쪽)이 한미경제협의회 미국 측 대표단 일행을 접견하는 모습. 당시 최 전대통령은 경제협력 확대문제등 한미양국 간의 공동관심사에 관해 환담했다. 동아일보DB
한국의 대미 무역적자가 흑자로 반전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1982년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고 미국의 대(對)아시아 무역수지가 악화됐다. 당시엔 이 때문에 한미 간 통상마찰이 불거지기도 했다.

미국은 1970년대엔 섬유, 신발 등 자국의 사양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규제 위주의 정책을 폈지만, 1980년대 들어서는 이른바 ‘공정무역’ 개념에 기초해 상대국 수출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1980년대 중반엔 한국의 공산품 시장 개방을 위해 관세 인하 등을 요구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농산물 및 서비스 시장의 개방을 요구하는 한편 미국이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특허권,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 강화를 요구했다. 국내에선 미국의 시장 개방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1990년대 초반엔 미국이 개별 통상 현안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한국에 시장 개방 압력을 행사했지만 강도는 다소 완화됐다. 양자 간 통상 현안 해결보다 우루과이라운드(UR) 등 다자간 협상이 통상정책의 우선순위에 놓이면서부터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과거에 비해 한미 간 통상 마찰이 현저히 줄었고, 대부분의 현안을 한미 통상현안 점검회의 등 실무협의와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를 통해 처리하면서 원만한 통상관계가 유지됐다.

2007년 4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것은 양국 간 경제협력의 또 다른 분기점이 됐다. 한미 양국은 그해 6월 한미 FTA 협정문에 서명했고, 2011년 10월과 11월 각각 미 의회와 한국 국회 비준을 거쳐 2012년 3월 발효됐다. 한미 FTA는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협상으로, 양국은 공산품 전 품목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자유무역협정으로 한미 양국 수혜


경제계에서는 한미 양국이 FTA를 통해 많은 혜택을 보며 ‘윈윈’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FTA 발효 후 한국의 무역 흑자가 늘어난 동시에 한국의 대미 투자도 2012년 70억 달러에서 지난해 180억 달러로 2.5배 이상으로 늘었다. 미국의 대한(對韓) 서비스 수지 흑자도 2011년 109억7000만 달러에서 2015년 143억8000만 달러로 늘었다. 관세 인하 등으로 인한 소비자 후생 역시 한국은 4억3000만 달러, 미국은 5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전망도 밝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우리나라 수출 톱 3 국가의 수출비중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으로의 수출비중은 2010년에 10.7%에서 지난해 1∼8월 13.8%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의 경기 회복에 따라 수입 수요가 개선되고 내수 경기가 활성화돼 대미 소비재 수출이 호조세라는 점을 이유로 분석했다. 미국이 여타 선진국 대비 높은 수입 물량 증가세를 보임에 따라 유럽연합(EU), 일본 등에서도 대미 수출 비중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반덤핑·상계관세 조사 등 타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적발·시정하는 무역집행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반덤핑, 상계관세 등 수입 규제 증가가 우려되지만, 그와 동시에 유망한 기회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KOTRA가 올해 4월 발표한 ‘2018년도 미국 대통령 예산안과 대한국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신정부는 약가 인하를 목적으로 의약품 인허가를 간소화하고 경쟁력 있는 의약품 수입을 확대할 전망이다. 이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한국 기업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연방정부의 정보통신 시스템 효율화와 사이버보안 강화를 위해 ‘비생산적 IT 규제 완화’를 목표로 제시한 만큼, IT 및 보안 시장의 확대가 전망된다.


한미 신정부 출범으로 경제계 기대 높아져


올해 한국과 미국 모두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양국 간 경제협력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4년 11월 열린 한미재계회의에서 미국 측 위원장인 폴 제이컵스 퀄컴 회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당시 직책 기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태미 오버비 미국상공회의소 부회장, 제이컵스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엄치성 전경련 상무.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경제계는 한미 양국의 경제협력에 있어서 올해를 특히 중요한 분기점으로 보고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동시에 출범한 해이기 때문이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는 지난달 ‘도어노크(Door Knock·암참 회장단의 연례 워싱턴 방문 행사)’ 방문에서 처음으로 국내기업인 현대자동차와 동행해 4일간에 걸쳐 미 행정부, 의회, 싱크탱크 등 주요 관료 및 정책 입안자들을 만나며 회의를 가졌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이달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도어노크 방문은 한미 양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처음 이뤄진 것으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미국 방문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이사,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 52명의 경제인이 동행한다. 이번 방문에는 한국 내 고용에 기여한 한국GM, 한국3M 등 암참 회원기업들도 함께 참가해 양국 경제협력의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단에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10개사, 중견기업 14개사, 중소기업 23개사, 공기업 2개사가 참여한다. 중소·중견기업이 3분의 2 이상이다. 업종별로는 IT·정보보안(8), 에너지·환경(7), 의료·바이오(5), 항공·우주(1), 플랜트·엔지니어링(1), 로봇시스템(1), 신소재(1) 등 첨단분야의 기업들과 기계장비·자재(7), 자동차·부품(6), 전기·전자(5), 소비재·유통(3) 등으로 꾸려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미국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비즈니스 서밋’을 열 예정이다. 대한상의는 양국 대표 기업들이 대거 참석하는 비즈니스 서밋을 통해 제조, 서비스업을 비롯해 IT, 의료, 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한국과 미국 모두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양국 간 경제협력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4년 11월 열린 한미재계회의에서 미국 측 위원장인 폴 제이컵스 퀄컴 회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당시 직책 기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태미 오버비 미국상공회의소 부회장, 제이컵스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엄치성 전경련 상무.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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