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런던 최악의 화재… 아파트에 최대 600명 갇혀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7-06-14 19:02 수정 2017-06-15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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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1시 20분경(현지 시간) 영국 런던 서부 노스켄싱턴을 잇는 노팅힐 거리는 5분마다 다급한 응급차 싸이렌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시간이 지날수록 싸이렌 소리는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대로 구조가 불가능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오전 6시 노팅힐 거리로 하나둘씩 모여든 사람들의 시선은 3km 떨어진 영국 런던 서부 노스켄싱턴 지역 27층짜리 아파트 ‘그렌펠 타워’로 쏠렸다. 2층에서 시작한 불은 런던 소방당국의 진화작업에도 건물 전체로 순식간에 번졌다. 불기둥으로 변한 아파트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불에 탄 일부 건물 자제는 모래성처럼 스르르 부서져 바닥에 떨어졌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급기야 ‘대형 재난’을 선포했다.

런던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화재로 오전 7시쯤 수명의 중상자 발생을 확인했으며 런던경시청은 병원에 후송된 부상자도 5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런던 소방청(London Fire Brigade·LFB)은 소방차 40여대와 소방대원 200명을 투입해 화재 진압에 나섰지만 화재발생 9시간이 지난 오전 10시에도 불길이 아직 남아 건물 인근으로 연기가 보이고 있다.

현지 유력 언론인 BBC 등에서는 최악의 인명 피해를 예상하고 있다. 건물 안에는 최소 400명에서 최대 600명까지 갇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언론을 통해 화재와 관련한 안타까운 증언도 쏟아지고 있다. 데이니 코튼 런던 소방청장은 이날 오전 “건물이 크고 복잡한 구조여서 숫자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전례 없는 사고”라고 말했다.

일부 주민이 고층에서 손전등을 비추며 구조를 요청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아기를 안은 주민이 창문에서 구조를 요청했다는 목격담도 있다. 가까스로 탈출한 주민들은 복도에서 대피하라고 외치는 이웃 주민들의 고함, 사이렌 소리, 화재 소식을 접한 지인들의 전화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복도와 계단이 유독가스로 가득 차 탈출이 힘들었다고 했다. 대니얼이라고 이름을 밝힌 목격자는 “사람들이 건물에 갇혀있었다. 특히 꼭대기층 사람들은 밑으로 내려올 수 없었다. 불에 타는 사람을 봤고,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BBC를 통해 말했다.

사고 당사자 가족들은 런던 소방당국 대처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남편 및 두 자녀와 함께 대피한 아파트 주민 하난 와하비는 “21층에 사는 남자형제에게 전화해 대피하라고 했지만 소방관이 구조될 때까지 집에 머무르라고 했다고 말했다”며 “그 후로 구조 전화는 한동안 먹통이었다”고 전했다. 런던 소방청은 화재 후 6분 이내에 사고현장에 도착해 진화작업을 벌였다고 했다.

런던 당국은 현지 시간 정오가 되서도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마이크 페닝 런던 소방청장은 “화재 진압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우선 인명피해를 최대한 막기 위해 건물 진입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고 원인 규명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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