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월 환율조작국 발표… 시한부 경제팀, 벼랑끝 설득외교

박희창 기자 , 천호성 기자 , 정민지 기자

입력 2017-03-13 03:00 수정 2017-03-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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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파면 이후]외부 악재 엄습하는 한국경제

심각한 표정의 경제관계장관회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차기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대내외 경제 변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왼쪽부터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 부총리,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기획재정부 제공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은 사라졌지만 한국 경제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환율조작국 지정,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제 보복 등 거대한 폭풍이 외부에서 몰려오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주가 금리 환율 등이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외국인 자금도 유입세를 지속하는 등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며 낙관론을 내놨다. 수출입 투자 등 실물경제에서도 특이 동향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리더십 공백 상태인 한국이 외교뿐만 아니라 경제 부문에서도 스스로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여지가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미국 중국 등 강대국이 힘으로 밀어붙이고 북한이 핵실험으로 도발을 강행한다면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美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빨간불’

무엇보다도 15일(현지 시간)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134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가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의 3월 금리 인상 확률은 100%까지 치솟았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16개 글로벌 투자은행(IB)도 만장일치로 이달 인상을 전망하며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횟수를 기존의 2회에서 3회로 늘려 잡았다.

미국 금리 인상은 가뜩이나 침체된 국내 경기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연간 8조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한계가구의 금융부채가 25조 원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연준이 1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차이는 인상폭만큼 좁혀진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선진국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우려도 제기된다. 이로 인해 신흥국 경제가 위축되면 최근 회복세를 보이며 한국 경제 회복의 한 가닥 희망으로 꼽히고 있던 수출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우려도 한국 경제에 닥칠 악재 가운데 하나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통해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이고,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이며,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반복적으로 단행한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내 조달시장 진입 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압박 등을 받을 수 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최근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한 덤핑 마진을 대폭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미국의 대(對)한국 통상 압력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유 부총리는 일단 17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의 양자회담 약속을 잡은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기대대로 미국이 설득될지는 미지수다.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에 대해서는 ‘우리는 중국과 다르다’는 것을 강하게 이야기하며 대한국 무역이 양국 모두에 득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 제조업 업체 50% 이상 문 닫을 판”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강도는 더 커지고 있다. 9일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에 진출했던 한 국내 업체는 시 소방국의 사전 귀띔을 받고 준비를 했지만 17가지에 달하는 지적을 받아 50만 위안의 벌금과 함께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사장 사무실 면적이 50m²가 넘어 출입문이 2개 이상이어야 하는데 1개밖에 없다는 게 이유였다. 현지 한국 업체의 한 관계자는 “조업정지 3개월이면 대부분 부도를 맞는다”며 “이런 식이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 제조업체 50% 이상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이 같은 악재들에 국내외 기관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탄핵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사드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 등으로 한국 경제가 올해 기존 성장률 전망치(2.5%) 이상의 성장을 달성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이날 사드 보복을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5가지 위험 요소 ‘STORM(폭풍)’ 중 하나로 꼽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주 G20 회의에서 중국이 사드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면서 한국을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과 중국이 회의장에서 보호무역 등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다가 한국을 도마에 올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이 다음 달 역대 최대 규모의 6차 핵실험을 전격 단행할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현실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북한이 수차례 핵실험을 했지만 대선 정국에서 무력 도발을 감행한다면 지정학적 정세에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 카드를 예상하고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천호성 / 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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