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경제정책도 갈팡질팡

손영일 기자 , 박창규 기자 , 이건혁 기자

입력 2016-11-07 03:00 수정 2016-11-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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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시계 제로’]경제사령탑 어정쩡한 동거 계속… 내년 정책방향 손대기도 어려워

유일호 경제부총리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내년도 경제 운용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과 미국 금리인상 등 대내외 경제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경제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졸속·부실 정책 구상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있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경제 전망과 주요 경제정책 기조가 담겨 있는 ‘2017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다음 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기재부 경제정책국이 중심이 돼 정책 밑그림을 가다듬고 있다. 하지만 최근 최순실 게이트 수습 과정에서 총리와 경제부총리가 잇달아 교체된 탓에 비상이 걸렸다.

 우선 경제 리더십 양분이 문제다. 경제사령탑인 경제부총리 교체가 공식 발표됐지만 야당이 인사청문회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인사청문요청서를 제출하고 한 달 뒤에는 청문회 개최 여부와 무관하게 대통령이 직접 임명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최소 12월 초·중반까지는 2명의 경제부총리가 불편한 동거를 계속해야 한다.

임종룡 후보자
 일단 기재부는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긴밀히 상의하고 있다. 임 후보자는 지난 주말까지 각 국실 1차 업무보고를 받았고 금주에도 일부 분야는 추가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개각 자체를 철회한다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일호 부총리의 의중을 배제하고 경제정책을 짰다가 연말에 다시 고쳐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 큰 변수는 경제 등 내치를 책임지겠다는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와의 정책 조합이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정책실장 등을 지냈던 김 후보자는 각종 언론 기고를 통해 ‘증세 없는 복지’ 등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김 후보자 지명이 철회되고 다른 총리가 임명되는 식으로 상황이 전개되면 정책 조율에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기재부가 작성한 경제정책 방향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금융개혁 관련 각종 입법도 멈춰 섰다. ‘은산(은행과 산업)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제한(최대 10%, 의결권 있는 지분은 4%까지)하고 있는 현행 은행법을 올해 안에 개정할 계획이었다. 모바일뱅킹, 중금리 대출 등에 특화된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산업자본의 수혈을 통해 기존 금융회사와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춰야 한다는 구상에서다.

 실제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은행법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연내 출범 직후 산업자본 중심의 증자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수천억 원의 증자가 이뤄져야 실질적인 은행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와 금융위원장 공백 등이 겹치면서 개정안 통과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이로 인해 당초 인터넷전문은행에 기대했던 ‘메기 효과’가 발생하기는커녕 ‘반쪽 은행’이 될 가능성만 높아졌다.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 역시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사 상장 때 발생하는 이익 회수 방안 등을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여 왔던 만큼 야당이 반대하는 한 통과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박창규·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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