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 공짠데 나는 왜?” 현대기아차 MDPS 무상 수리 논란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6-02-09 08:00 수정 2016-02-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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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형 현대자동차 쏘나타 차주 이지헌 씨(36)는 운전할 때 운전대가 뻑뻑하고 무거워진 느낌이 자주 들어 지난달 정비소를 찾았다. 결국 80만 원을 내고 전동식조향장치(이하 MDPS)를 통째로 갈아 끼웠다. 그런데 지난 3일 현대차가 MDPS 일부 부품을 무상으로 교체해주기로 하면서 애꿎은 돈만 날아간 꼴이 됐다. 제작사는 이 씨의 수리비 환불 요청을 거부했다.

최근 현대차 MDPS 부품 ‘플렉시블 커플링’ 무상 수리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자비로 수리한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고, 수리 범위도 이전과는 다르게 제한적이라는 주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2010년형 쏘나타 다수에서 이 씨와 비슷한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같은 MDPS 부품이 장착된 2010년형 K5도 핸들 조작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불편을 호소하는 차주들에 한해서 주로 MDPS 전체를 교환해주는 방식으로 수리를 해나갔다. 이 때문에 보증기간이 지난 차량들은 수리비 80만~100만 원을 감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무상 수리가 결정된 지금은 MDPS 전체 교체가 아닌 MDPS를 분리해 ‘플렉시블 커플링’을 개선된 부품으로 바꿔주면서 논란을 키웠다. 한 자동차 정비업체 정비사는 “플렉시블 커플링만 교체하면 들어가는 공임에 비해 남는 게 없어 일부 정비업체에서는 MDPS 전체 부품을 교체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MDPS를 해체하는 데에만 2시간이 걸리는 데 공임이 5만 원뿐이라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이미 수리를 받은 부분에 대해서 보상받을 길 없다는 것도 문제다. 국토교통부의 정식 리콜 조치라면 1년 이내 해당 부품의 수리 내역에 관해 청구해 보상받을 수 있지만, 무상 수리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제작사가 결함을 인정했지만 무상 수리 같은 소극적인 대응으로 오히려 혼란을 낳고 있다”며 “수리를 진행한 부분도 반드시 똑같은 보상을 해줘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국토부나 소비자원이 환경 감시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전운전에 지장을 주는 결함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조향장치의 문제가 모두 MDPS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공식서비스센터는 원칙대로 차주에게 정확하게 원인을 알려주고 그에 맞는 무상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렉시블 커플링 무상교체 대상 차종은 맥스크루즈, 싼타페, i40, 벨로스터, 그랜저, 쏘나타, i30, 아반떼 등 8개 모델이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해 3월 아반떼HD와 i30 일부 모델의 MDPS에 탑재된 센서가 작동을 멈춰 핸들이 무거워지는 이유로 리콜을 했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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