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CEO ‘연봉 1달러’에 담긴 뜻
동아일보
입력 2009-01-09 02:58 수정 2016-01-19 14:20
보상받는 노동 ‘최소의 상징’
천문학적 고액 연봉에 경종
미국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에도 연봉으로 단돈 1달러(약 1290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화제라고 합니다.
8일 외신들에 따르면 잡스 CEO는 1997년 애플 CEO로 재취임할 때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연봉 1달러’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받으나 마나 한 돈이지만 0달러가 아니라 1달러를 연봉으로 책정한 것은 ‘노동은 반드시 보상받아야 하고 노동의 대가는 부끄러운 게 아니다’라는 미국식 정서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동안 경영성과에 따라 보상으로 받은 주식이 5억 달러 어치에 이르고 자가용 비행기를 특별 보너스로 받기도 했으니 잡스 CEO가 단돈 10여 달러만 받으며 일을 해 온 것은 아닙니다.
‘연봉 1달러’는 1970년대 말 망해가던 크라이슬러를 살리기 위해 리 아이아코카 회장이 연봉 1달러를 스스로 선언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이 원조입니다.
이후 시스코시스템스의 CEO 존 체임버스, 야후의 테리 시멜 회장, 미국의 자동차 부품업체 델파이의 스티브 밀러 회장 등이 모두 회사가 어려워지자 연봉을 1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강우현 남이섬 사장이 월급 100원을,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 연봉 1원을 받아 화제가 된 바 있죠.
이들의 대척점에 선 것이 최근 파산 위기에 몰려 미국 정부에 자금 지원을 호소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빅3’ 자동차업체 CEO들입니다.
이들은 자동차 구제금융을 위한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할 때에도 전용기를 타고 가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는 행동을 해 질타가 쏟아지자 뒤늦게 “우리도 연봉을 1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했지만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앨런 멀럴리 포드 사장은 청문회에서 “현재의 연봉 수준(2200만 달러)이 적절하다”고 말하기도 했죠.
회사가 어려워지건 말건 평균적인 샐러리맨 연봉으로는 수백 년을 일해도 모으기 어려운 돈을 챙기는 CEO가 많은 상황은 결코 정상적이라 할 수 없겠습니다. ‘과연 그들이 그런 대가를 받을 만한 일을 했는가’를 의심하는 사람이 많아질 때 사회도, 자본주의도 건강을 위협받는다 하겠습니다.
잡스 CEO의 ‘연봉 1달러’가 해마다 미국 사회에서 이야깃거리가 되는 이유는 그만큼 반대편에서 천문학적인 고액 연봉을 받는 CEO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일종의 대리만족 아닐까요.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연봉 1달러입니다.
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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