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연비’ 잡겠다던 정부, 뒤죽박죽 데이터로 소비자 혼선

동아경제

입력 2016-01-16 08:00 수정 2016-01-16 08: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사진=좌)2015년 12월, 우)2016년 1월, 에너지관리공단 자동차 연비 라벨 표시

정부의 안이한 자동차 연비 데이터 관리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이른바 ‘뻥연비’를 근절하고 소비자가 체감하는 실제 연비를 표시하도록 하겠다던 정부는 홍보 부족과 뒤죽박죽 된 데이터 관리로 당초 취지를 거스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연비 정보를 제공 관리하는 에너지관리공단 수송에너지 홈페이지에는 신규 연비 검증을 적용한 차량과 이전 연비 적용 차량이 같은 방식으로 표시되고 있다. 당초 이들은 서로 다른 연비 표시 방법(라벨)으로 구분돼야 하지만, 모두 동일한 신규 라벨로 표시되고 있는 것.

2014년 11월 정부는 자동차 연비의 중복규제를 없앤다는 취지아래 연비시험 절차와 방법 등을 재정비하는 ‘자동차의 에너지소비효율, 온실가스 배출량 및 연료소비율 시험방법 등에 관한 산업부, 환경부, 국토부의 공동고시(이하 공동고시)’를 제정·공포했다.

당시 정부는 “그동안 부처 간 중복조사와 조사결과 불일치 등의 혼선을 빚어 왔던 자동차 연비의 중복규제를 없애고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연비제도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며 공동고시 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강화된 연비 검증 제도는 차량 길들이기 절차와 주행저항시험방법에 관한 규정이 포함됐다. 또한 휘발유는 고정값 대신 성분분석 후 실제값을 사용토록 계산식을 변경하는 등 한결 깐깐해진 기준을 적용했다.

이밖에도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 모두 신고연비와의 차이가 허용 오차범위 5% 이내에 들어야 적합 판정을 내리는 등 규정을 강화하고 사후 연비 조사 차량을 업체 제공방식에서 직접 구매 방식으로 변경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공동고시 연비가 2014년 11월 이후 출시된 신차(풀체인지)에 우선 적용됐다. 기존차량들은 2년 6개월의 유예를 거쳐 2017년 5월에 적용될 예정이다.

앞서 자동차 제작사와 수입사는 깐깐해진 연비 검증 절차를 걱정하며 연비 하향 신고 추세를 보여 왔으며 실제로 바뀐 기준에 따라 연비를 측정하면 기존 보다 평균 5~10%가량 떨어져는 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공동고시 연비와 기존 방식의 연비로 측정된 차량들이 서로 섞이며, 업체와 소비자들이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공동고시와 함께 자동차 연비 표시 라벨이 바뀌었지만 인터넷과 카탈로그에서는 이를 구분없이 쓰고 있다.

심지어 정부의 한국에너지공단 홈페이지에는 새롭게 공동고시 연비로 측정된 차량임에도 여전히 예전과 동일한 표시라벨을 지난해까지 사용해 왔다. 또한 올 들어 이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기존 데이터까지 모두 새로운 공동고시 라벨로 둔갑해 버렸다. 결국 서로 다른 연비 측정법을 적용한 차량을 구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사진=에너지관리공단은 기존 라벨을 부착해야 하는 차량까지 신 연비 라벨 사용.
이와 관련해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공동고시 연비 측정 차량들의 라벨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이전 차량들의 데이터가 함께 변경된 것 같다”며 “빠른 시간 내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이 같은 오류를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한편 새롭게 도입된 자동차 연비 표시 라벨은 복합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만을 크게 표시했던 기존 라벨과 달리 도심 연비와 고속도로 연비도 동일한 글자 크기로 표시한다. 내연기관 차량은 연비에 따라 1~5등급으로 구분되고 경차 및 친환경 차량은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표시 등이 제외됐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